수학여행은 단순한 여행의 개념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을 배운다는 교육 효과를 내포하고 있다. 자라나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견문과 지식의 함양은 물론이고 단체 행동을 통하여 질서와 도덕, 삶의 가치를 깨닫고 자기를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한마디로 지·덕·체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현장체험교육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수학여행을 학급단위로 실시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침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청의 간섭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학여행을 어디로, 또 어떤 방식으로 가느냐 하는 문제는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 관련 지침을 통해 각 학급마다 수학여행 장소와 기간, 프로그램 등 여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 같은 교육청의 발상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학년 전체가 수학여행을 갈 때도 교통편, 숙소, 식당, 탐방 장소, 활동 프로그램 등 기획에서 사전답사와 예산처리에 이르기까지 수개월의 준비기간이 걸린다. 그런데 학급 단위로 수학여행을 갈 경우 담임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수업 준비는 언제 하고, 또 학급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학급마다 여행지가 다르다 보면 다른 학급과 비교하게 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도 높다. 한 학교에서마저 어떤 학급은 잘 사는 아이들이 많아서 시설과 여건이 좋은 곳으로 그렇지 않은 학급은 불편한 곳으로 여행을 간다면 한창 민감한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무상급식을 통해 아이들에게 평등한 밥상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겠다고 한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가뜩이나 수업에 학급관리와 상담까지 지칠 대로 지친 담임교사들에게 수학여행계획까지 세워서 추진하라고 하면 수학여행을 가기도 전에 지쳐서 자칫 수업은 물론이고 학생 관리까지 부실해질까 염려된다. 굳이 테마형 수학여행이 필요하다면 단체로 수학여행을 간 뒤 학급별로 계획을 세워 활동해 볼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계획도 개별 학교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지 교육청이 나서서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