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란 증시를 떠다니는 숱한 루머와 마찬가지로 정보의 하나일 뿐이다. 무작정 믿지 말고 확인하라.
증권시장에서 공개기업에게 공시를 의무 지우는 이유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뜻에서다. 그러나 정작 일반 투자자가 공시를 이해하고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심지어 공시 내용을 투자정보로 써먹으려다 낭패를 보는 투자자도 있다. 왜 그럴까. 첫째, 방금 나온 공시라도 정보가치로 보면 이미 낡은 것일 수 있다. 이미 낡은 공시 정보로 주식을 매매했다가 실패할 수 있다. 증시 안팎의 정보 경쟁이 워낙 치열해 '소문에 사고 공시에 팔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둘째, 내용이 애매모호한 공시도 있다. 공시를 하긴 해야겠는데 공시할 내용이 자사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공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게 압축하거나 요점을 흐려 내놓는다. 그 결과 투자자는 공시를 보고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셋째, 자사에 불리한 공시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주의력이 떨어지는 시기를 골라 내놓는 것도 기업들이 흔히 써먹는 수법이다. 특히 증시가 쉬는 연말연시에는 상장회사와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불리한 공시를 무더기로 쏟아내 투자자들이 쉬는 사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인상을 주곤 한다. 넷째, 공시를 해놓고는 공시 내용을 이행치 않는 기업도 있다. 배당을 하겠다고 공시해놓고는 실제로는 안 하는 식이다. 먼저 낸 호재성 공시를 금방 뒤집는 악재성 공시로 발 빠른 투자자를 울리는 기업도 있다. 그밖에 공시를 남발하거나 아예 허위 내용을 공시하는 회사도 있다. 허위공시를 포함해서 불성실한 공시가 적발되면 증시 감독기관이 관련법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실제로 제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성실공시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기업들이 국내 증시 감독기관의 제재나 투자자의 항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시를 죄다 무시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공시란 증시를 떠다니는 숱한 루머와 마찬가지로 정보의 하나일 뿐이다. 무작정 믿지 말고 확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