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역사교과서가 일본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한국사 부분을 상당 수준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4일 한국교육개발원(원장 곽병선)이 개최한 `한국과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간 교과서 개선 방안 연구' 세미나에서 개발원 정영순 부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3개국의 역사교과서에는 한국은 고대부터 식민지 국가였고 일본의 침략으로 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는 서구로부터 해방됐으며 일본의 식민지 정책은 한국사회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日 식민사관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태국은 고교 3학년 1학기 교재에서 `일본은 불교, 서예, 젓가락을 사용해 식사하는 법, 중국의 한자 등 문화를 한국을 경유해 받아들였다'고만 서술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의 문화가 일본 고대문화를 꽃피운 사실을 은폐하고 한국은 단지 중국문화의 경유지에 불과하다는 식민사관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또 중학교 사회교과서에는 `7세기 경 통일국가를 형성한 신라는 중국의 지원을 받아 통치됐으나 17세기 경 중국의 지배하에 들어갔다'고 왜곡하고 있다. 이밖에 태국 교과서의 지도에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고 거의 모든 책에서 남한이 불교국이라고 표시돼 있다. 필리핀의 교과서 `아시아의 역사'에서는 `신라의 금관에서 볼 수 있는 곡선모양의 보석들은 일본제국의 상징의 흔적이었다'서술해 삼국시대 한국인이 일본에 건너가 선진기술과 문화를 전파해 야마토 정권의 탄생과 아스카 문화의 발전을 이룬 사실을 왜곡·은폐하고 있다. 고대사 부분에서는 `야마토 정권의 진고 천황이 정복자로서 한국에 왔었고 일본의 한국통치는 668년 한반도가 권력조직을 확립할 때까지 지속됐다'고 서술했다. 이는 19세기 후반 일본제국주의가 한국침략을 미화하기 위해 조작해낸 `임나일본부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을 기록한 대목에서는 `1941년 일본은 대동아 공영권을 선언, 태평양 군도, 동남아시아,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인도 지역을 통합하고 일본의 지배 아래 서구로부터 그들을 해방시키려 했다'고 기술해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교과서에는 한국 관련 내용이 매우 적지만 `1905년 러일 전쟁의 승리로 한국을 점령한 일본은 1910년 한국에 산업기지와 철도를 세우게 된다'는 기술만 있어 침략만행이 은폐되고 오히려 한국의 근대화를 가져온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