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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만나고 연기하며 통일의지 다져"

<2001현장교육연구대회-도덕·윤리교육분과>

부광여고, 탈북자·이산가족 체험학습

초청행사·인터뷰 통해 분담 체감
증언으로 대본 작성해 역할극까지

인천 부광여고 이상훈 교사는 학생들의 미온적인 통일의식이 이론 위주의 소극적인 통일교육 탓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교사는 분단의
피해자로서 그 누구보다 통일의 열망이 뜨거운 탈북자·이산가족을 교실에서 만나게 했다.
물론 단순한 초청강연이 아니다. 그 만남은 부광여고 학생들의 `모의체험학습'을 위한 `준비된 만남'이다.
고교 윤리교과서에서 통일관련 단원 내용을 분석한 이 교사는 탈북자(1학기 중)·이산가족(2학기 중)과의 만남을 전제로 각각 5가지의 모의체험학습
탐구주제를 정했다. `탈북자의 증언을 듣고 남북한 학생이 한자리에 만났을 때, 이질화에 따라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모의체험학습 시나리오를
작성하시오' `이산가족의 증언을 토대로 그들이 성장하면서 힘들었던 생활모습에 대해 모의체험학습 시나리오를 작성하시오' 등이 그 예.
그리고 2학년 1반 52명의 학생을 10개의 소집단으로 나눠 2개 소집단마다 동일한 탐구주제를 부여했다. 학생들은 만남에 앞서 탈북자·이산가족의
실태와 생활을 관련 사이트와 신문 등에서 수집·발표하는 한편 시나리오 작성을 위한 질문내용을 다듬었다.
귀순인사 이애란 씨(27·현 삼성생명 생활설계사)는 4월 8일 학교를 찾았다. 일방적인 강연은 없었다. 간단한 소개를 마친 이애란 씨에게
소집단별 대표학생들은 돌아가며 준비된 질문을 던졌고 이 씨는 솔직하게 답변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한 이유는 뭔가요?" "그곳의 생활은
출신성분에 따라…"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을 알고싶어요" "자본주의에 익숙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을…"
100분 동안 진솔한 대화를 나눈 학생들은 이 씨의 답변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것이 탐구주제별 시나리오의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5월부터는 매 시간 2개 소집단이 시나리오와 역할극 발표회를 가졌다.
소라(16)가 속한 `역지사지'팀은 `북한에서의 단란했던 생활모습'을 탐구주제로 시나리오를 작성해 역할극을 발표했다. 제목은 `북녘에서 화순이의
행복'. 출생 성분이 나쁜 화순이(김소라 분)가 수학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평양대학에 진학하고 집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오마니! 내래 1등을 해야합네다. 그래야 평양에 가지요" "고저 그러케만 되믄 우리 집도 일어나는기지 뭐이야. 열심히 하라우""화순 동무!
1등에 당첨됐어. 좋갔네" "오마니∼내래 붙었시오. 기뻐해 주시라요"
서툰 북한 사투리에 과장된 몸짓이 웃음을 자아냈지만 북한의 실상을 그대로 재연하려는 노력이 진지했다.
2학기에는 한국전쟁으로 고향 황해도를 등지고 남하한 이산가족 1세대 이동재 씨(68)와의 만남이 이어졌다. 1학기와 마찬가지 형식으로
`이산가족의 입장에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모의체험학습 시나리오를 작성하시오' 등 5개 탐구주제를 정해 대화의
시간을 갖고 `이산가족 상봉의 순간' 등을 제목으로 한 역할극 발표회를 가졌다.
이에 앞서 여름방학 때는 소집단별로 부평구 청천동 일대의 일명 `삼팔촌'과 이북5도민회 등을 찾아 이산가족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삶과 아픔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민영 양은 "말씀 도중 흘리시는 눈물의 의미를 다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통일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소감을 말했다.
1년 동안 탈북자·이산가족을 만나 대화하고 역할극까지 해 본 학생들은 11월부터 `탈북자와 이산가족을 돕는 방법' `통일을 위해 각자 준비할
일' `남북간 이질화 극복 방법'에 대해 토론을 벌이면서 이산과 분단을 남의 일처럼 여겼던 자신의 태도를 반성했다. 장지은 양은 "이동재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그 어떤 수업과 강연보다 생생하고 절실한 통일교육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교과서는 통일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절절한 필요성과 실천의지를 내면화시키지는 못한다"며 "우리 주변의 이산가족과 탈북자들은 살아있는
통일교과서"라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이 같은 연구실천 내용을 `탈북자 및 이산가족 모의체험학습프로그램 구안·적용을 통한 통일대비의식 함양'
보고서에 담아 1등급을 수상했다.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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