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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퇴임교장의 명예를 무너뜨리지 말라

40여 년을 한결같이 외길을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직업이 세분화되고 다양화된 현대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이 없다면 긴 세월을 보내긴 더욱 어렵다. 교직의 길도 외롭고 힘들다. 부와 권력과는 담을 쌓아 하고 오로지 2세 교육에 헌신한다는 스스로의 자긍심이 가슴에 남아 있을 때 명예로운 퇴임을 맞이하게 된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하천을 향해 수천 ㎞ 이상의 여정과 생사를 가르는 험로를 거쳐 몸을 바쳐 알을 부화한 후 생을 마감한다. 그러한 눈물겨운 모습에 생명의 엄숙함과 모성애에 우리는 감동한다. 교장퇴임식에는 이러한 교육의 역사와 눈물, 땀방울이 어려 있다.

그런 점에서 8월 퇴임을 앞둔 서울 공립 초·중·고 교장에 대한 일률적 감사에 대해 교육현장의 안타까움과 분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서울시교육청의 해명은 더욱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이미 1월부터 짜인 특정감사 계획이며, 종합감사 대신 특정 테마를 정해 감사하라고 한 교과부 지침에 따라 퇴임 예정 교장 감사를 테마로 잡은 것”, “퇴직을 앞두고 비리발생 가능성이 있어 예방차원”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결코 교육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퇴임 교장이 잘못한 객관적인 사실이 있다면 그에 따른 감사를 하면 될 뿐이지 미리 예견해 퇴임 교장 전체를 비리 예정자로 치부해 사전 감사하는 것은 수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청을 어떤 교원들이 의지하고 믿고 열심히 교육하고 근무할 수 있겠는가? 오랜 기간 헌신한 퇴임교장에게 감사장(感謝狀)을 주어도 부족할 판에 감사(監査)를 실시한 서울교육청의 처사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할인마트에 가서 장보고 나올 때 보안직원이 몸 검색을 하는 것 같은 수치심을 느꼈다”는 한 교장선생님의 한탄을 곽노현 교육감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함께 근무한 교육선배인 학교장이 퇴임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감사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교사들도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라고 느껴질 때 열정과 사명감이 생길 것인지 더욱 걱정스럽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교육, 후배들이 잘 이어가겠습니다”라는 따뜻한 모습이 교육현장에 남아 있어야 대한민국 교육이 든든히 지켜질 수 있음을 교육행정당국은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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