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9월 19일자)에 이어서 MBC TV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와 하버드 박사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나머지 세 가지 특징을 정리해보겠다.
세 번째 특징은 즐기는 자가 1등을 한다는 것이다. 나가수 출연자들은 최종순위에 신경 쓰긴 하지만 탈락만 면하는 정도에서 자신과 승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등수보다는 가수들이 다른 음악인, 스태프와 협력해 꾸민 색다른 무대에서 전달되는 감동을 애타게 기다린다. 1등이라는 등수, 출연에 따른 인기도, 계속 이어지는 콘서트와 CF 촬영 등은 가수들의 진심어린 열정과 인내의 결실이지 동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버드에서도 성적보다 자신의 발전과 배움을 더 중요시한다. 성적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학부생에게는 더없이 중요하지만 박사 과정부터는 남다른 사고방식을 키워나가며 타인의 관점에서 도움이 될 점들을 터득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데 몰두한다. 교수들도 건설적인 피드백으로 각 학생이 더 새롭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데 신경 쓴다.
네 번째 공통점은 '꿈의 구장'이다. 나가수 출연 가수들이 큰 부담과 초조함에 시달리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고달픔 속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풍부한 자원 제공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많은 관계자들 없이는 나가수가 존재할 수 없다. 둘째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새로운 창작력을 펼쳐 보이는 가수들이다. 음악을 향한 오랜 노력의 결과를 열정적으로 보여줄 때, 그 진정성이 청중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하버드 박사과정에서도 큰 노력 뒤에 따르는 굉장한 기쁨이 있다. 학자들의 ‘꿈의 구장’인 하버드에서는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 함양을 목표로 미래 지도자들을 교육한다. 교수의 의견과 결정으로 학생들의 생각이나 학습방향이 정해지지 않는다. 각자의 비전과 신념을 담당교수, 동료들과 나누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최대한 후원한다. 이러한 조직 문화는 도서관, 구내식당 등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은 끊임없는 도전에서 비롯되는 '혁신'이다. 나가수 출연자와 하버들 학생들은 모두 배움에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함께 배우고 분발함으로서 최고가 되어 간다. 나가수 출연자들에게 순위평가는 배움의 채찍질에 불과하며 이루고자 하는 꿈이 두려움보다 더 크기에 사랑받고 존경받는 가수가 됐다고 본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들 사이에서도 지능, 실력, 지식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선 오로지 IQ나 지식만으로는 특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신입생 세미나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 교수 제임스 김은 FATS 원칙을 강조한다. 작은 일에 충성(Faithful), 신뢰할 수 있는 책임감(Accountable), 언제나 배울 준비가 돼있는 자세(Teachable), 자기를 잊는 겸손함(Self-forgetful)을 통해 특출한 인재들과 작업하고 배울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다섯 가지 공통점을 통해 나가수는 대중가요 문화를 한층 발전시켰다고 본다. 하버드도 계속 학문을 탐구하며 사회의 시야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한층 넓힌다고 생각한다. 분야만 다를 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신념과 열정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피나는 노력과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유로움을 허락하고 즐거움을 파괴하지 않는 배움의 공간이 필수적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사랑하고 펼쳐 보일 수 있는 교육문화를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것은 교육자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긴급한 과제이다. 도전과 새로움을 창조해 온 나가수 정신이 우리 교실에서도 현실화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