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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역사교과서 집필기준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내년에 새로 발간하게 될 중학교 국사교과서 가운데 현대사 부분 기술의 기준이 될 집필지침문제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인가, 혹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단순한 민주주의 국가인가 하는 문제들이 제기된 것이다.

사회일각에서는 이 논란을 단순히 좌파와 우파의 ‘이념전쟁’ 혹은 ‘문화전쟁’ 정도로 치부하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명실공이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좌․우나 진보․보수라는 당파적 입장을 떠나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해야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동체의 정당성과 엄숙성을 음미하는 문제에 있어 좌파라고 해서 다르고 우파라고 해서 다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더욱이 청소년 세대가 건강한 국가의식과 건전한 역사의식을 가져야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구성하는 도덕적 가치관이 어디 있으며, 우리 삶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올바로’ 또 ‘정확하게’ 인식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광복된 지 3년 뒤 같은 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건국됐다. 그리고 1948년 12월 유엔은 대한민국을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서 수립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적인 국가로 승인했다. 유엔결의안 통과 직후 미국, 영국 등 대부분 유엔회원국들이 대한민국을 주권국가로서 인정하고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개설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된 것이다.

이런 명백한 사실을 두고도 최근 좌파진보성향의 역사학계에서는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은 남한 지역의 합법정부이지 한반도 전체의 유일합법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보다 ‘합법성’이라는 용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합법성’이란 적법한 법과 절차에 의해 정부가 수립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물을 뿐, 그것이 일정한 주민과 영토를 대표하고 있는가 하는 ‘대표성’ 문제와는 다른 것이다. 여기서 적법한 절차와 법이라는 것은 진정으로 자유롭게 민의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수립되었는가 하는 문제가 관건이다. 이처럼 자유로운 민의의 표출에 의한 정부수립을 기준으로 삼을 때, 대한민국은 합법적 정부고 북한은 비합법적 정부다.

또 민주주의 문제는 어떤가. 오늘날 민주주의는 인기품목이 되었다. 시장상인들조차 민주주의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오․남용 사례가 심각하다. 링컨이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로 규정한 이래 억압과 공포로 국민들을 통치하는 독재자들조차 이 민주주의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흡사 ‘여행용 가방’과 같은 형국이 되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북한을 포함한 공산주의 집단도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과 국가 위에 군림하는 ‘조선노동당’의 규약은 북한이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하여 투쟁한다”고 선전하면서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북한이 표방하는 ‘인민민주주의’는 물론 전제정과 같은 전체주의를 미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이 ‘인민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민주주의로 스스로를 미화함에 따라 우리사회에서는 용어상 많은 혼란이 초래됐다. 이런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써야한다. 자유민주주의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표현하기 위해 등장한 용어가 아닌가.

우리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용어사용에 관한 논란을 넘어 우리 국민의 정체성에 관한 논란임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적 정부 아래서 자유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인’의 정체성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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