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정년 65세 환원을 당론으로 고수하던 한나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63세 연장 안을 추진키로 해 교원정년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는 교직은 전문직이고 나이가 들수록 대접받는 게 전문직의 속성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에서 교원정년은 마땅히 65세로 환원돼야 한다고 보지만 주변상황을 냉철히 고려할 때 한나라당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다수 국민들이 정부·여당의 황당한 논리에 경도돼 있고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자민련이 63세 연장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이 같은 유연한 자세는 지난해에도 나타났었다. 작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교원정년 문제가 상정 표결 처리될 경우 한나라당은 자민련 안인 63세안에 협력할 수 있음을 내비쳤었다. 그 동안 교원정년 재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체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민주·자민련 공조가 와해되면서 새로운 정국 상황이 열리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사례로 지목되고 있는 교원정년 단축 조치와 우리 사회 갈등구조의 핵심 현안인 언론, 남북교류 관련 정책에서 `한·자 동맹'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볼은 정부·여당에 넘어가 있다. 당시 정부는 고령교사 1명을 퇴출하면 젊은 교사 2.57명을 쓸 수 있다고 선전했다. 그런데 이 말은 그야말로 황당한 거짓말이다. 당연히 퇴직교원에게 지급하는 연금을 감안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고령교사 1명 인건비로 겨우 초임 교사 1.3명을 쓸 수 있다. 교원들이 잃은 것은 실익 이상의 자존심이었다. 때문에 정년 퇴직한 교원들은 자신들을 3년이나 서둘러 놀리면서 190∼200만원의 연금을 준다며 `등신 같은 정부'라고 비난한다.
고령교사의 교육 경험을 신출교사 1.3명만도 못하다는 식으로 헐 값 취급해 교원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교실붕괴가 초래됐다. 지난 3년간 무려 5만 여명의 고령교사가 교직을 떠나고 이 자리를 기간제 교사와 중초임용 교사로 메웠다.
정부·여당은 교사 부족사태가 재연되고 있는 마당에 이제 더 이상 야권의 교원정년 재조정 시도를 방해해서는 안된다. 국민 앞에 고령교사의 교육 경험을 무시한 데 대해 사과하고 교원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진다는 희망을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