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이름 가운데에는 그 소리에 연유해 지어진 것이 많은 듯합니다. 종달새나 까치, 제비, 딱따구리 등은 모두 비비쫑 비비쫑, 까악까악, 지지배배 지지배배, 따다닥 딱딱 등 모두 그 소리에 근거해 지어진 이름입니다.
뻐꾹뻐꾹 뻐꾸기에게는 박국새와 포곡새라는 또 다른 이름도 있습니다. 이 역시 그 소리에 연유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이름에는 배고팠던 그 옛날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습니다.
깊은 산골에서 뻐꾹새 소리를 들어보면 박국박국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박국새 이야기는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후편(後篇)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에서 나무꾼은 사냥꾼으로부터 사슴을 살려주고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계곡에 가서 날개옷을 감추게 됩니다. 그리하여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와 혼인을 하게 되지만 아기를 둘 밖에 낳지 않았는데도 날개옷을 내주는 바람에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고 나무꾼은 그만 선녀를 잃어버리고 낙망합니다.
이 때 다시 나타난 사슴은 옛날 그 계곡으로 가서 하늘에서 내려온 두레박에 올라타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고 귀띔합니다. 덕분에 다시 천사를 만난 나무꾼은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나 마음 한 구석은 계속 쓰립니다. 그것은 바로 지상에 두고 온 늙으신 어머니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올라간 아들을 그리워하며 쓸쓸히 지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윽고 나무꾼은 어머니가 보고 싶어 날개가 달린 천마(天馬)를 타고 잠시 지상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내려올 때에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말에서 내려 발이 땅에 닿게 되면 다시는 하늘나라로 되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네가 왔구나. 어서 내려오너라.”
어머니는 아들을 보자 반가워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 발이 땅에 닿으면 다시는 날아오르지 못합니다.”
나무꾼은 말 위에 앉은 채로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마침 박으로 국을 끓였으니 이 국을 먹고 가거라.”
어머니는 국그릇을 받들어 아들에게 내밀었습니다.
“네, 어머니.”
아들은 허리를 굽혀 간신히 국그릇을 받아올렸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이 국을 먹고 다시 하늘나라로 가버리면 언제 어머니를 다시 뵈올까? 아!’
그 때였습니다. 국그릇이 기우뚱 하는 바람에 그만 뜨거운 국물이 말의 등에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이히히힝!
그러자 놀란 말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나무꾼은 그만 땅바닥에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천마는 땅에 발이 닿은 나무꾼을 내버려둔 채 날개를 저으며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날아 가버렸습니다. 나무꾼은 발을 동동 굴렸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뒤, 나무꾼은 지상에서 선녀 아내를 그리워하다가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무꾼은 새가 되어 박국박국 하고 운다는 것입니다. 박국을 먹다가 아내와 이별하게 됐다는 한탄이 담긴 울음소리인지 늙으신 어머니와 박국을 맛있게 먹고 있다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이 나무꾼의 입장이 됐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