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비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도 대학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보내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뿐더러 대학생들 또한 학비 때문에 대학을 휴학하거나 그만두지도 않는다.
네덜란드 대학생 등록금은 1년 학비가 1700유
로, 우리 돈으로 300만원도 채 안 된다. 그런데 이 학비도 대학에 입학할 때 곧바로 납부할 필요가 없다. 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뒤 5번에서 10번까지도 나눠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등록금이 없어 학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 대학생이나 전문대학생이면 누구나 정부로부터 특별한 조건 없이 아주 낮은 금리로 학비를 대출받을 수 있다. 이렇게 빌린 등록금은 학생이 졸업한 후 2년부터 20년까지 상환 기간을 정해 서서히 나눠 갚으면 된다. 그렇기에 학부모들 또한 학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는 대학생이 되면 정부로부터 누구나 받는 돈이 있다. 바로 학업지원금(studie financiereing)이다. 이 학업지원금은 비단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업전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매달 지원되는데, 그 금액이 최소 100유로에서 최고 400유로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매달 15만원에서 6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 학업지원금은 네덜란드 학생의 정보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듀오(DUO, dienst uitvoering onderwijs)라는 곳을 통해 정부 예산으로 대학생과 전문대학생에게 공부할 때 사용하라고 주는 지원금이다. 많은 학생들은 이 지원금을 절약해 학비를 충당하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대학생들은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역시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네덜란드 정부는 한창 공부에 몰두해야 할 대학생과 전문대학생들이 등록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징수한 세금을 활용해 대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혜택을 누리게 하고 있다.
또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학비라고 해봐야 학부모 지원비나 사물함 사용료 등으로 1년에 300유로 미만(약 45만원)이 소요된다. 이 금액도 학부모가 경제적으로 힘들 경우 학생재정지원(tegemoetkominge scholieren)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학부모의 재정 상태를 심사해 이 금액 또한 지원해준다.
필자도 네덜란드에서 두 자녀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유학생 신분으로 소득이 없어 이 재정지원금을 신청해 받은 경험이 있다. 외국인인 경우도 비자에 문제가 없다면 자녀를 공부시키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본국 사람들과 똑같은 혜택을 주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노트는 물론 필기도구, 각종 준비물까지 다 마련해주기 때문에 학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데 별도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은 아예 책가방을 갖고 다니지도 않는다. 모든 교과서, 필기도구, 준비물이 학교에 준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은 책을 아예 집을 가져 올 수 없도록 돼 있기도 해 책가방이 필요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네덜란드에서는 우리처럼 학습 위주의 사교육이 아예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비는 물론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지도 않고 그럴 걱정을 할 일도 없다. 특히 자녀가 대학생이 돼도 등록금 문제로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학비 부담’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1월 통계발표 기준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한 자녀를 교육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2억6000여만 원이라고 하니. 고액의 대학등록금이나 사교육부담 때문에 자녀를 마음껏 낳을 수도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현실이어서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언제쯤 우리도 네덜란드처럼 교육비 걱정 없이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을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