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은 교원으로서의 법적 권리, 즉 교육권이나 권고사직을 당하지 아니할 권리, 불체포 특권과 같이 법령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의미하기도 하고, 교사로서의 전문적 권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개념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 얼핏 보면 교사의 교육권은 잘 보장되고 있는 것 같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의 방해로 수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학력이 상승하면서 학부모들의 학력이 교사의 학력보다 높아서 교사의 전문적 권위에 도전하는 사례들도 증가하고 있다.
교권없는 학급은 무법천지
교사는 학급에서 일종의 지도자와 같은 위치에 있는데 그 입지가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 조직에서 지도자의 위치가 불안정해지면 그 조직은 오합지졸이 될 공산이 크다. 교권이 실추된다는 얘기는 곧 학교나 학급이라는 조직에서 지도자를 잃게 되는 것과 같다. 구성원들은 방황하고 무법천지가 되며 서부개척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미 이러한 모습을 띠는 학교들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체벌이 용인되어 왔던 시절이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학생인권조례까지 만들면서 학생들의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강한 억압에 의한 강한 반발력으로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그 반동이 너무 강해서 자칫 학생인권이 교권을 지배하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교원을 위한 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이라든가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과 같은 법령이 그것이다. 그러나 전자의 내용을 보라. ‘교원에 대한 예우’ 조항은 노력, 배려, 협조 등의 표현을 써 강제력이 없다. ‘학교 안전사고로부터의 보호’ 조항은 교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안전공제회법이 따로 있다. 부당한 징계로부터 구제하기 위한 교원소청심사제도만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항일 뿐이다.
2000년에 제정된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은 자료제출요구 제한, 행사참여요구 제한,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 설치‧운영,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등 교권을 보호하고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진전된 면이 있다. 그러나 이 둘 다 교권을 근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예방활동이 있어야 하고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예컨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듯이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권침해예방교육을 시킨다든지, 교권침해가 발생했을 경우에 그 처리절차에 있어 교사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다. 물론 교과부에서 내놓은 교권보호대책에는 교권침해 학생‧학부모 등에 대한 조치 강화, 피해교원에 대한 상담‧치료 등 지원, 교권침해 은폐 방지 및 예방 강화 등이 담겨 있다.
법적 지위 보장장치 마련해야
이러한 정책이 구속력을 갖고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한다. 다행히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이를 위해 ‘교육기본법’과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하기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좀 더 보강되어야 한다. 예컨대, 사립학교에서 부당한 징계로 배제된 교원이 교원소청심사 결과 배제징계가 부당한 것으로 결정된다면 즉각 그 지위를 회복시키고 복직시키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한데 오히려 학교법인이나 사립학교 경영자가 그 결정에 대항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교원의 지위가 즉각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다.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만들자고 하는 세태가 부끄러울 뿐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특별법이기를 바란다. 교권보호법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 자칫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한 대립적 분위기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교권보호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학교가 정상화되어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공동체가 되는 날을 더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