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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친구 싸움 구경만 해도 공범이에요”

▨ 완산여고 홍요셉 고문변호사 학교폭력 특강

신고 의무, 14세 이상 미성년자도 처벌 가능
학생들 “몰랐던 법 지식에 정말이냐 놀라”

교총 1교1변호사제…학교에 애정 생겨



“친구의 싸움을 구경한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 학생은 아직 미성년자여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 먼저 시비를 걸어와서 어쩔 수 없이 싸우는 것은 괜찮다?”

3일 학교폭력 특강이 열린 전북 완산여고(교장 김일곤) 강당. 변호사의 OX 퀴즈문제에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홍요셉 완산여고 고문변호사(사진·전주지검 피해자지원센터 부위원장)는 교총과 대한변협이 공동 운영하는 ‘1학교 1고문변호사제’를 통해 학교와 인연을 맺어 법률 지원과 함께 특강까지 나섰다. 일반 강사가 아닌 학교 고문변호사가 나선 강연에 학생들의 호응도 좋았다. 퀴즈의 정답은 첫 번째 질문만 O, 나머지는 X. 홍 변호사가 정답을 알려줄 때마다 “아! 그렇구나!” “정말?”하는 학생들의 탄성이 뒤따랐다.

홍 변호사는 퀴즈에 대해 법적 근거를 들어 명확히 설명했다. △친구가 싸울 때 구경만 한 학생도 공범이 될 수 있어 반드시 학교나 관계기관에 알려야 한다는 점(학폭법 21조 학교폭력 신고의무) △미성년자더라도 14세 이상이면 형법에 따라 처리되므로 경찰조사 후 바로 검찰로 송치된다는 점 △먼저 시비를 걸어왔어도 정당방위는 상대가 흉기를 드는 등 절박한 상황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돼 어느 경우든 폭력 행사는 동일하게 처벌 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죄목으로 학교폭력 유형을 설명한 것도 학생들의 ‘폭력불감증’을 환기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사람을 손․발․기타 도구를 이용해 때리는 ‘폭행’ △피해자에게 일정한 일을 하거나, 하지 않으면 위해를 가한다고 알리는 ‘협박’ △사람을 일정한 장소에 가두거나 옆에 두는 ‘감금’ △폭행이나 협박해 돈을 빼앗는 ‘공갈’ 또는 ‘강도’ △다른 사람의 물건을 파손시키는 행위(재물 손괴), △다른 사람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명예훼손’ 등이다.

홍 변호사는 “누구든 학교폭력의 가․피해자가 될 수 있고, 폭력 사실을 교사에게 알리는 것이 고자질이 아닌 해결책임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학교폭력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문변호사가 되면서 지역사회와 완산여고에 더 애정을 갖게 됐다”며 “학생들이 잘 따라줘 재미있게 강연을 마쳤다”고 덧붙였다.

특강을 들은 김하은 양(1학년)은 “감금이 사람을 가두는 것 외에 옆에 붙어 있게 하는 것만으로 성립된다는 것, 미성년자도 14세 이상이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변호사님의 얘기에 깜짝 놀랐다”며 “다른 강사님들의 특강보다 피부에 더 와 닿았다”고 말했다. 유지애 양(1학년)도 “욕하는 것으로도 친구가 힘들고 괴롭다고 느끼면 학교폭력에 해당된다는 것을 몰랐다”며 “말을 조심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현 교사는 “고문변호사의 특강으로 아이들이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행동들도 학교폭력에 해당된다는 것을 배우고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1학교1고문변호사제를 통해 법률적 자문 외에도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학교 입장에서는 너무 반갑다”고 전했다.

완산여고의 홍 변호사를 비롯해 4월부터 780여명의 학교고문변호사들이 전국 학교에서 ‘행복한 학교, 우리 함께 만들어요’를 주제로 학교폭력 예방 특강에 나선다. 이번 특강은 교총이 지난해 11월 1학교1고문변호사를 연결하면서 변호사들에게 학교폭력 등 법률 특강 프로그램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신정기 교권강화국장은 “고문변호사의 전문적인 특강이 학교폭력 예방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총은 다각적인 활동을 통해 교원의 역할 강화 등 학교폭력 근절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교총과 대한변협이 2011년부터 운영하는 ‘1학교1고문변호사제’는 현재 800여개 학교에 775명의 고문변호사가 연결돼 학교에 대한 다양한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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