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교원노조법 등은 교원의 정당 가입과 지지 등 정치활동 일체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교육법학회, 한국법제연구원, 한국외국어대법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법치주의와 교원의 정치활동의 제한’ 학술대회에서 법전문가들은 교원의 정치에 대한 시민권적인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는 학교와 교실 내 정치적·이념적 수업은 배제한 단계적인 정치참여를 제안했다.
사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경우 대체로 교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교원의 정치참여 활동은 이미 허용된 지 오래다. 특히 독일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 특별한 제한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정당가입이 허용되며, 정치적 의사표시도 제한받지 않는다. 심지어 공직을 보유한 채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교육전문가 집단인 현장교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치권과 일부 비전문가인 중앙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각종 전시성 교육정책의 남발과 일방적 정책시행과정에서 나타난 교육적 갈등과 문제로 인하여 교육의 정체성이 상실됐다. 심지어 교육정책 성공의 지름길이 오직 교원들과 직결돼 있다는 식의 허약한 논리들을 앞세워 교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서투른 진단의 오류를 범하는 악순환만을 되풀이 해왔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하기보다는 교원들이 정치 참여를 하겠다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오늘의 교육현실은 헌법 제34조가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지난 몇 차례의 교육감선거 과정에서 보듯이 일부 교육관련 단체들은 물론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등 정치성향이 짙은 단체들이 특정 교육감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활동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교육감 선거에서 여론을 심각하게 왜곡한 바 있다.
둘째, 정치권과 일부 단체가 지속적으로 교육 현장에 직간접적으로 부당한 간섭과 교권침해 등을 자행해와 교원들로 하여금 교육의 중립성 및 자주성을 지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즉 일부 정치인 및 정치성향의 시민단체에 의해 가해지는 교육현장에 대한 무언의 간섭과 정치적 논리에 따른 정책과 사업들은 교육을 그들의 시녀들로 전락시키기 위한 행태임에 틀림없다. 이는 정치적 영향에서 가장 자유로워야 할 교육의 최후 보루인 교육 현장마저 교육의 정치적 예속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밖에 없다.
셋째, 정당 가입과 활동의 자유,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 대학교원에 비해 초·중등 교원이 상대적으로 과도한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는 헌법에 규정한 국민으로서 기본적으로 보장 받아야 하는 참정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다.
초·중등교원들에 대한 정치참여 및 피선거권 금지는 아직 미성숙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이념적인 교육으로의 이탈로 이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아적인 우려의 논리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학교원들에게는 자유로운 정치활동과 피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중등 교원들에게만 유독 정치활동 및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상식을 넘어선 비이성적이고도 편협적인 시각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으며, 교원의 정치참여에 대한 제한의 논리로는 역시 지나치며 빈약하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교육정책에 대한 교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이라는 측면을 인정함으로써 교원들의 정치참여가 우리 교육의 본질성과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교육발전을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교육정책부문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된 정치참여와 정치표현행위를 보장해 줘야 하며, 일정 기준에 따라 초·중등교원들에도 피선거권을 정당하게 부여해야 한다. 동시에 학교 안에서 학생을 상대로 한 이념교육이나 정치활동을 법으로 규제함으로써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런 교원의 정치참여는 교원의 직접적인 정책 참여와 교권 회복을 위한 측면이기도 하지만 교원 개인의 참정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특정 정당과 후보자의 교육정책에 대한 최소한 의사표현의 자유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