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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교는 정치인의 홍보 수단이 아니다

이제는 정치교육감으로 모자라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민주적 의사 결정을 돕는 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학교운영위원회가’마저 정치인들의 표밭갈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우려를 넘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지방의회 의원 1118명이 학운위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전체 선출직 지방의원 대비 35.4%로 3명 중 1명꼴이다. 전직 지방의원이나 정치지망생까지 합치면 사실상 2명 중 1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칙 제·개정, 교과서 선정, 급식 업체 결정 등 학교 운영 제반 사항에 대해 심의와 자문 그리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교육자치의 핵심 역할이다. 정치인은 부모의 직업을 중시하는 학부모위원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지역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교는 학운위에 참여한 정치인들을 통해 자치단체의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따낼 수 있고 정치인들은 유권자인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직·간접적인 홍보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정치인들의 학운위 참여는 헌법31조 4항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또 헌법에 따라 교육기본법 제6조 1항에서는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자신의 정치적 홍보를 한다면 이에 명백히 위배된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학운위에 참여한 정치인이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이나 콘서트 등 편법적으로 자신의 정견을 홍보하는 행사까지 개최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까지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대표적인 꼼수정치가 아닐 수 없다.

지자체 가운데 서울시는 1996년 정당인의 학교 운영위 참여 금지를 조례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무소속 지방의원 한 명만 학운위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는 학교 재량에 맡기고 있다. 차제에 교육당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취지를 고려해 학운위 구성에 관한 사항을 철저히 점검하고, 정치인의 지역위원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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