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1시 서울 논현초 도서관. 책을 든 사람은 보이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해드폰을 낀 학생·주민들만 눈에 띈다. PC방인가? 착각마저 드는 이 곳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전자도서관'.
난데없이 초등교 교실에 들어선 첨단 전자도서관은 바로 서울 강남구가 추진 중인 `주민·학생의 생애학습을 위한 초등교 전자도서관 설립계획' 때문이다. 현재 6개 도서관에 30만 권의 도서를 보유한 강남구는 선진국 수준의 평생학습 지원을 위해서는 최소 20개 도서관과 100만 권 이상의 도서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 혈세는 아끼면서 신속히 설치하고 이용 효과를 극대화 할 장소로 초등교 유휴교실이 낙점됐다. 그래서 지난해 말 도성초등교를 시작으로 논현·대현·언북·개포초에 최첨단 전자도서관이 속속 문을 열어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문화공보과 조한중 과장은 "유휴교실을 개·보수해 전자도서관을 설치하면 토지매입비, 건축비가 따로 들지 않아 수십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도서와 시설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자도서는 모니터를 통해 30명이 동시에 특정 신간도서를 같이 읽을 수 있고 도서 구입비도 일반도서보다 50%나 싸서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각각 교실 2개를 터 30∼60평, 24∼44석 규모로 조성된 전자도서관은 전문사서가 관리를 맡으면서 최신형 컴퓨터와 해드폰, 좌석을 나누는 깔끔한 파티션, 복사기, 프린터를 기본으로 일반도서 4000권, `e-book'(전자도서) 2000권은 물론 공기청정기, 난방기까지 설치해 쾌적한 환경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자도서는 단순히 화면에 뜬 활자를 읽는 수준을 넘어 구연과 애니메이션 기능까지 있어 방학중에도 해드폰을 낀 채 모니터를 응시하는 학생·주민으로 북적인다. 만화영상으로 엮어진 세계사·한국사 등은 특히 인기다.
김인휘(언북초 6학년) 군은 "현란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책을 읽어주기까지 해 책보는 재미에 쏙 빠졌다"며 "원어민의 음성으로 읽어주는 영어책을 보며 공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학년 학부모 이현주 주부는 "상도 등 신간도 금세 접할 수 있고 딱딱한 역사도서는 만화로 제작된 것도 있어 흥미롭다"며 "집에서도 아이 ID로 전자도서를 읽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이 같은 전자도서관을 올해 10개 학교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25억원의 예산도 이미 확보했고 일선학교의 설치신청도 쇄도하고 있다. 수업에도 활용하고 아이들 독서교육에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권문용 구청장은 "앞으로 30개 학교에 전자도서관을 설치해 무료 개방하고 국회도서관 등 국립도서관에 있는 전자도서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