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범과 서울사대를 나와 미 피츠버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이 약관 34세 때다. 이후 곧바로 서울대 교수를 9년간 역임한 뒤, 43세에 5공 정부의 대통령 교문수석 자리에 앉는다. 청와대에서 2년 근무한 뒤 강원대 총장 6년, 울산대 총장 8년, 한림대 총장 2년 등 대학총장만 16년을 지냈다.
또 정문연 원장, 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 청와대 비서실장 등 굵직한 직함도 두루 거쳤다. 그의 이름앞에 따라붙는 `교육계 마당발'이란 수식어가 낮설지 않은 이유다. `5공 인사'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전천후로 3번의 대학총장과 여러 주요 직책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남다른 처세와 역량에 기인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것이 어쩌면 늦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부총리 스스로 새로운 정책을 계발하기 보다 기왕에 제기된 것들을 보기좋게 마무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만 봐도 그가 이 시점에서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지쳐있고 낙담에 빠져있는 일선 교원들은 그래도 신임 이 부총리에게 다소간의 기대를 걸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가 교육자라는 동지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취임식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교직단체에서 나오는 불만의 소리를 해소하기에 노력하겠다"는 약속에 주목한다. 우리는 이 부총리에게 다음의 몇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우선 교원의 자존심 회복과 자질 향상에 정부의 정책지향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민의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해 85%의 교원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 부총리의 저서에서도 인용된 사실이다.
두 번째, 교육전문가 중심의 교육행정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점 역시 이 부총리가 취임사에서 우회적으로 언급했다고 보여진다. 이와 함께 교육에 대한 왜곡된 시장경제논리의 무리한 도입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훗날, 교육계가 이 부총리를 흠모하며 기릴 수 있는 재임기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