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에 최초로 도입된 고교평준화 정책이 또다시 사회쟁점화 되고 있다. 며칠 전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가 평준화정책의 폐해를 적시한 것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총재도 국회 대표연설에서 "학력저하와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킨 고교평준화정책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함으로써 교육계 안팎으로 평준화 정책 보완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평준화 정책은 망국적 과열열풍, 학교간 교육격차 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그간 나름대로 성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교평준화 정책은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획일화를 가져와 교육내용과 방법 등 전반적인 교육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선택권 마저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말았다. 평준화정책은 지금껏 학력의 평준화 내지 저하현상을 초래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판의 저변에는 국제사회변화에 적합한 새로운 교육체제를 시급히 마련하고 학력저하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현행 교육정책의 문제에 대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평가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고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경제부총리가 "차라리 일제강점기의 교육체제가 지금보다 나았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혹평한 것은 현행 교육정책 자체를 폄하시킴과 동시에 부총리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으로 교육계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또한 교원노조와 일부 학부모단체가 평준화정책의 보완 자체를 금기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균형있는 교육발전에 보탬이 되질 않는다. 정책은 무릇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환경변화와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낸다는 것을 망각한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고교평준화 정책은 근 30년간 근간을 유지해 온 교육정책으로 일시에 급격하게 변경한다면 상당한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현행 평준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학교와 폐지를 희망하는 학교를 선별하는 기준을 마련하여 고등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하는 등 단계적 정책들이 조속히 제시된 연후에 결국에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도 허용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21세기 미래의 희망을 교육에서 찾고자 부단히 애쓰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평준화 정책을 둘러싼 소모적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지혜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