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 2012) 결과 OECD 국가 중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았던 핀란드 학생이 성적만 크게 하락한 것이 아니라 학교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학생 비율 또한 바닥권으로 나타나 핀란드 교육계가 비상이다. 핀란드 언론은 심지어 ‘핀란드 교육의 황금기는 끝났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일본 학생이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크게 학력이 저하돼 일본 역시 충격에 빠졌고 결국 ‘유도리 교육’을 포기하고 교육개혁의 방향을 바꿨다.
최고 성과에도 비판받는 교육
이제 OECD가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를 실시한 이래 계속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국가는 우리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언론은 학생의 학교 흥미도가 조사 국가 중에서 꼴찌라 우리 교육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이제는 학생이 행복한 교육, 입시가 아닌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 인성을 아우르는 전인교육 등이 나가야 할 방향이란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것은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한 창의·인성교육이 꽃피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말 그대로 모두가 도달하고자 하지만 달성하기 어려운 교육 유토피아다.
언제나 지금처럼 우리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좋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요즘같이 학생 행복과 인권, 창의력과 인성 중시 교육을 강조하다 보면 일본이나 핀란드처럼 학생 학업성취도의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더구나 최근 정부는 초․중등 교육에 대한 공교육비 지원을 줄이는 추세니 학생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날은 더 빨리 올 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교육계는 일본이나 핀란드 교육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비난과 수모를 겪게 될 것이다. 최고 학업성취도는 의미가 없다고 하던 언론들이 가장 앞장서서 한국교육에 대해 조사(弔辭)를 읊어댈 것이다.
물론 지나친 경쟁위주의 입시교육은 문제다. 하지만 뛰어난 수재를 제외하고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즉,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이끄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언론이 지적하듯 학령기 학생이 꿈꿀 시간마저 주지 않는 극단적 상황이 문제다.
2013년 타임즈의 베스트셀러로 꼽힌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들’이라는 그녀의 저서에서 한국 교육에 대한 한국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배워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 학교가 학생에게 어려움과 지겨움을 묵묵히 견뎌낼 수 있는 인내력(endurance)과 주어진 과제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강인한 추진력과 투지(perseverance) 등을 성공적으로 길러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점 살리면서 탈출구 찾아야
미국, 대만, 일본 등 소득 2만 불을 넘어선 국가의 학생 상당수는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풍족한 그들은 게임을 통한 재미 추구, 컴퓨터를 통한 자료 획득의 즉시성과 편리성에 젖어 있다. 그러다보니 졸업 후 자기 입맛에 맞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고, 찾더라도 자신들이 생각한 것처럼 즐겁거나 쉽지 않아 아예 그만두는 젊은이가 늘어나는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만일 행복한 학교, 창의력과 인성을 기르는 교육을 실시하면서 그동안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길러주었던 덕목은 소홀히 한다면 학생들의 성적 추락의 날은 더 빨리 다가오게 될 것임을 핀란드와 일본 교육은 잘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교육이 잘 해왔던 것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 그 강점을 살리면서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PISA 결과를 통해 우리 교육계가 얻어야 할 시사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