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한 권의 책을 꼽으라고 하면 빅터 프랭클(Victor E. Frankl)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유대인인 심리학자 프랭클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혔을 때 함께 수용된 사람들을 관찰하고 분석한 책이다. 그는 책을 통해 삶과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정면으로 받아들일 때 오히려 고난과 고통에 대한 내구력이 생기는 법이다. 다만 고난과 고통에 대한 내구력을 기르려면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프랭클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있음을 그의 경험을 통해 증명했다. 그는 이를 ‘의미에의 의지(Will to meaning)'라 명명한다.
그 또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부모와 아내, 두 자식을 모두 잃었다. 이런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 프랭클은 ‘의미에의 의지’를 발동해 ‘의미’를 찾고 참담한 삶을 견뎌 냈다.
하루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전체가 정전되자 어둠과 배고픔, 추위 속에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누워 있었다. 그때 프랭클이 어둠 속에서 일어나 그들을 격려했다.
‘이 곤란한 때와 또 다가오는 최후의 순간에도 우리 각자를 누군가가 찾고 있을 것이며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친구, 한 사람의 아내, 한 사람의 살아있는 사람, 한 사람의 죽어간 사람 그리고 하나의 신(神)이. 그들은 우리가 그들을 실망시키지 말 것을 기대하고 또 우리가 비애에 젖지 말고 누군가의 한 사람으로 자랑스럽게 죽게 될 것을 알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드디어 수용소 막사 전등에 불이 켜졌을 때, 프랭클은 그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면서 비틀거리며 몰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나를 찾고 있고, 나를 지켜보고, 나에게 무엇인가 기대하고 있는 그 한 사람이 바로 나에게 ‘의미’가 되는 셈이다.
프랭클은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삶의 의미를 대하는 자세에 따라 우리는 이 지상에 두 가지 인간 타입이 존재함을 배울 수가 있다. 즉 품위 있는 선의의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인 것이다.’
프랭클이 인간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은 가스실의 연기가 올라가고 있는 극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사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가 개나 돼지처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자기에게 배급된 빵을 자기보다 더 배고픈 동료에게 나눠주거나, 가스실로 끌려갈 때도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사람이었다.
프랭클은 이런 수용소 체험을 통해 인간은 환경과 조건에 굴복당하는 존재가 아님을 더욱 깊이 확신하게 된다.
프랭클의 결론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안타깝게도 청소년을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입시 혹은 취업에 실패한 고통은 인생에 있어 심각한 고통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보다 더한 고통과 고난이 언제 몰려올지 모른다. 그러므로 어떤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나를 기다리고 지켜보는 한 사람을 생각하며 조금만 더 삶을 견디어나가기를 간곡히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