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현재에 대한 평가를 통해 나아갈 수 있다.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실현’을 강조하는 박근혜정부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해 나감에 있어서 지난 이명박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에 대한 재조명은 또 다른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정책성과를 판단하는 보편적 방법 중 하나가 해당 정책이 제시한 정책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를 보는 것이다. 즉 고교다양화 정책이 목표로 제시했던 ‘고교교육의 경쟁력·만족도 제고’ ‘고교교육의 다양화·특성화 향상’ ‘사교육 경감’ 등의 달성 정도를 지난 5년간 정책성과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수월성 교육, 학교 선택권 강화는 성과
이런 기준으로 볼 때 고교다양화 정책은 과(過)보다는 공(功)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평준화의 틀 속에서 안주하던 고교교육에 경쟁적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부분적이지만 교육의 질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고, 고교의 다양화와 특성화의 향상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또 모든 고교에 자율화, 특성화, 다양화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경쟁과 선택이라는 기제를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도록 독려한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자사고, 기숙형고, 마이스터고 등 개별 정책은 전체 사립고, 농산어촌 학교, 직업교육 중심의 특성화고가 지향해야 할 바를 보여준 시범 선도모델로서 기여했다. 아울러 평준화 정책의 한계로 지적된 수월성 교육의 문제, 학생·학부모의 선택권 침해 문제 등을 해소했다.
물론 문제점도 적지 않다. 선호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고교 입시과정에서의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고, 정책대상 학교들과 그렇지 못한 학교들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학교 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 등의 문제도 고교다양화 정책의 부작용으로 이야기된다.
다만 제기된 문제가 고교다양화 정책 자체의 문제인지, 추진과정 상의 문제인지, 정책과는 무관한 또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일반고 황폐화 문제가 그렇다. 작금의 일반고 위기 문제는 고교다양화 정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반계고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정책이 함께 수반되지 못해 나타난 문제며 일부 대도시에서 자사고 등을 필요 이상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나타난 운영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정책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고교다양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40여 년 동안 유지돼 온 고교평준화 제도라는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평준화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기에 그 효과는 더 늦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모든 학교 교육과정이 다양화 돼야
따라서 고교다양화 정책의 성과들이 만개하고 뿌리내리기 전에 일부 제기되는 문제들을 침소봉대해 정책을 폐지하거나 그 본질을 훼손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물론 국민적 요구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추진과정에서 대두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은 필요하다. 특히 개별 학교의 여건과 지역별 특수성 등을 고려해 정책 대상교의 수를 최적화시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교다양화 정책을 기반으로 궁극적으로는 학교유형별 다양화·특성화를 넘어 모든 학교의 교육과정이 실질적으로 다양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