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이 몰려 있는 곳이나 관광지 음식점들 앞을 지나다 보면 상점으로 잡아끌거나 여러 먹거리들을 나열하며 음식점으로 이끌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또 유흥가를 지날 때면 업소 이름 등을 새긴 현란한 옷을 입고 큰 소리로 업소로 유혹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이런 사람들을 ‘호객꾼’ 또는 속된 말로 ‘삐끼’라고 한다. 또 먹는 음식 ‘샌드위치’를 연상시키는 ‘샌드위치맨’이라는 말도 쓴다.
(1) 시내에 갔더니 상점마다 호객꾼들이 우리를 부르는 거야. (2) 음식점마다 호객꾼들이 나와서 자기네 식당 음식이 맛있다고 길을 가로막았다. (3) 행인 한 명에 네다섯 명의 삐끼들이 달라붙어 “물 좋은 데서 한잔하시죠.”라며 합창하듯 외쳐 댔다. (4) 어릿광대로 분장한 샌드위치맨이 두부 장수처럼 종을 딸랑딸랑 흔들며 마을의 골목골목들을 죄 누비고 다녔다.≪이동하, 장난감 도시≫
여기에서 ‘호객꾼’은 손님을 부르는 일(호객)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고, ‘삐끼’라는 말은 ‘호객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삐끼’는 ‘끌기’를 뜻하는 일본말 ‘히끼(ひき/引き)’에서 온 걸로 보인다.) 또한, ‘샌드위치맨’은 광고 효과를 높이려고 몸의 앞뒤에 두 장의 광고판을 달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호객꾼’이나 ‘삐끼’, ‘샌드위치맨’을 대신할 만한 우리말이 있는데, 곧, ‘여리꾼’이라는 말이다
(5) 여리꾼: 상점 앞에 서서 손님을 끌어들여 물건을 사게 하고 주인에게 삯을 받는 사람 (6) 작자는 김문현이와 가마꾼이 하는 수작을 동상전(東床廛) 여리꾼처럼 비슬비슬 웃으며 노려보고 있었다. ‘송기숙, 녹두 장군’ (동상전(東床廛): 예전에, 서울 종로의 종각 뒤에서 재래식 잡화를 팔던 가게)
호객꾼들이 손님을 가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호객 행위를 한다’고 하는데, 사전을 찾아보면 ‘여립’과 ‘여립켜다’라는 말이 있다.
(7) 여립: 상점 앞에 서서 손님을 끌어들여 물건을 사게 하는 일 (8) 여립켜다: 여리꾼이 손님을 끌어들이다.
그렇다면 ‘여리꾼’이라는 말은 ‘여립’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여립’은 ‘열립(列立)’에서 나온 말이다.
(9) 열립(列立): 여럿이 죽 벌여 섬
조선 시대 상인들이 아들에게 장사를 가르치다가 장사할 만한 재목이 못되면 상가 앞에 늘어서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가게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맡겼다고 한다. 이들이 곧 ‘열립’인데 이 말이 ‘여리’로 바뀌고 여기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꾼’이 더해져 ‘여리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여리꾼’을 써 보자.
(10) 나는 {호객꾼이/삐기가/샌드위치맨이 → 여리꾼이} 이끄는 가게에는 왠지 들어가기 싫더라.
■살려 쓸 우리말=우리말이 아름답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우리도 모르게 외래어를 남용하게 됩니다. 본지는 국립국어원과 공동으로 살려 쓸 우리말을 어원 및 예문과 함께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