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정년 후 재임용’ 제도를 법제화해 시행하고 있다. 정년퇴직자 본인이 희망하면 이 제도를 통해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일본공무원의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65세부터다. 이전에는 61세였으나 고령자의 급속한 증가에 따라 연금을 지급할 재원이 부족해 상향조정한 것이다. 교원들은 정년이 60세여서 퇴직 후 65세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워진다. 그 대책으로 ‘정년 후 재임용’ 제도가 나온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희망자 전원 재임용을 위해 단시간의 시간제 근무를 포함시키도록 각 부처에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학교현장에서는 시간제근무의 증가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카무라 카즈야 도쿄도 중학교장회 회장은 “고령자에게 좋은 제도지만 교장의 입장에서는 인사와 학교 운영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교장회는 지난해 11월 15일 퇴직 후 재임용제도에 ‘시간제근무’도 포함되자 즉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1일 그 결과를 도교육청에 제출하고 실태 파악 후 정책 수립을 요구했다.
설문조사 결과 제도에 대한 평가로는 시간제 근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시간제 근무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주 4일 근무를 할 경우 담임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지적됐다. 담임을 맡길 교사가 부족하면 인사의 어려움으로도 연결된다. 이 외에도 시간제 근무 교사가 늘어나면 ▲수업 배정 곤란 ▲일반 교원 부담 증가 ▲동일학년 배치 곤란 ▲수학여행 등의 학교행사 일정 제한 ▲양호교사가 시간제 근무를 희망할 경우 학생 건강·안전 관리의 공백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고경력 교사가 반드시 우수하지 않다”는 직설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이 교육이 아닌 생계를 위해 근무하는 경우가 늘면 젊은 교원에게 도리어 교육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런 지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도쿄도의 한 소규모 중학교에서는 학교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교원이 정년퇴직 후 재임용돼 시간제근무를 하고 있다. 역할은 주임에서 학년활동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 학교 교장은 “실력 있는 교원이지만 현역 때와는 다르다”며 “다른 교원들도 시간제 교사에게 협조를 구할 때 주저하고, 본인도 시간제로 근무하기 때문에 다른 교원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개입하기를 꺼린다”고 했다. 교장이 시간제 교원의 역할 등을 명확히 하고 교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드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시간제 교원 본인도 “생활지도를 철저하게 할 수 없다”며 “매일 출근하면 지도 후 학생의 변화를 잘 파악해서 대처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생활지도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다른 교원들로부터 시간강사와 같은 취급을 받아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 교원은 내년도부터 시간제 교원에서 풀타임 교원으로 근무형태를 바꿨다.
교장들은 인사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시간제 교원도 정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인력 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원 외인 시간강사가 오히려 교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재임용된 교원이 주임교사라면 역할이 제한돼 있어 65세까지 근무할 경우 학교의 업무분장이 고착화돼 조직이 정체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1년 단위의 계약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인사구상을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교장들의 솔직한 심정은 다른 학교에 시간제 교원자리를 신청하면 좋겠다는 정도다.
한국에서도 시간제 근무 도입으로 인한 일본 현장의 어려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