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로 교육부는 지난달 21일, 올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각 시·도교육청의 체험학습 전면 보류나 취소 결정도 잇따랐다. 교총이 실시한 설문결과에서는 응답 교원 68%가 학년 단위 대규모 수학여행 폐지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어떻게 수학여행의 안전을 담보하고 있을까. 세계 각국의 수학여행 안전 대책을 조명해본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안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은 나라다. 그만큼 시스템도 잘 갖춰진 편이다. 종종 너무 안전을 강조하다 원래의 목적 달성이 지장을 받는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는 학교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우리의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통칭해 ‘현장학습’으로 부른다. 미국 현장학습이 우리나라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샤프론(chaperone)이라는 학부모 인솔자라는 개념이다. 이 학부모 인솔자 덕분에 현장학습을 갈 때 성인 한 명당 관리·감독할 학생의 수를 줄일 수 있다.
루이지애나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현장학습에 인솔자로 참여하겠다고 자원하는 학부모가 많아 학생 세 명 당 학부모 한 명이 배정됐다고 한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학부모 인솔자 수가 줄어들지만 해외 또는 장거리 여행을 가는 경우에는 고학년이라도 담당교사만으로는 학생들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명의 학부모가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의 감독과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미국의 다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현장학습 관련된 사항도 주마다 다르다. 각 지역구와 학교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각 주 교육부에서 제공한 현장학습 관련 지침의 큰 틀 내에서 운영된다.
뉴욕 주의 현장학습 지침서는 총 16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현장학습의 목적, 계획서에 포함시킬 내용, 요금, 학부모 동의서, 비상상황 시 대처방법, 교통수단, 보험 등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규제 사항 등이 명시돼 있다. 단위학교에서는 이 지침서를 참고해 현장학습을 기획하고 학부모에게 안내문을 보낸다.
각 주마다 다르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현장학습은 소규모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수학여행처럼 학교 전체 혹은 학년 전체가 모두 현장학습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로 특별활동부나 클럽 혹은 각 과목의 반 별로 함께하는 현장학습이 대부분이다.
교통수단은 인원이 적은 경우 학부모의 차량을 이용해서 갈 수도 있지만 규모가 커질 경우 학교 버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장거리 여행의 경우에는 주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는 보험사를 통해 버스를 대절해서 가게 된다.
모든 현장학습은 교사가 현장학습 계획서를 제출해 교장의 승인을 미리 받는 절차를 거친다. 특별활동이나 클럽 등 학교의 기타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는 경우에도 현장학습으로 간주돼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외 현장학습의 경우에는 교장뿐 아니라 교육감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지역에 따라서 승인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운 경우도 있다. 루이지애나 주 카도 마그넷 중학교가 속한 교육구의 경우 현장학습을 가려면 교장, 담당 장학사, 담당 교육 위원 그리고 교육감 등 총 5명의 허락을 받아야 현장학습을 갈 수 있다.
교사가 현장학습 승인을 위해 제출하는 계획서에는 책임자, 학생 정보, 숙박, 현장학습 장소 및 활동, 담당교사 외에 동반하는 학부모들의 이름과 정보, 출발일과 도착일, 교통수단, 보험 등의 내용이 상세히 포함돼 있어야 한다.
보통 일상적인 현장학습은 공식적인 학교 일과 시간 내에 현장학습을 마친다. 만약 일정이 하루 이상으로 길어질 경우에는 학부모 동의 등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승인 절차도 더 복잡해진다. 미국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할 경우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학생들에게 추가적으로 비자문제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현장학습 계획이 승인되면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먼저 안전수칙에 대한 자세한 안내문과 동의서를 준다. 이 동의서에 비상연락망과 아이들의 보험 가입 사항을 기록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대처 시 활용된다.
중·고교의 경우 주에 따라서 학생들이 안전수칙을 모두 읽었다는 확인과 안전수칙을 따르겠다는 학생들의 동의서도 함께 서명을 받는다. 동의서를 기일 안에 제출하지 않으면 그 학생은 현장학습을 가지 못한다. 학생이 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에는 가지 않아도 된다.
현장학습 횟수에 대한 특별한 제약은 없다. 학교 전체가 가는 경우는 없고, 수강하는 과목에 따라 현장학습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은 중학교부터 학생들이 자신이 수강할 과목을 선정해 학생마다 시간표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수강하는 과목에 따른 현장학습 여부는 담당교사의 재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