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부와 십 년이 넘는 오랜 갈등으로 법정투쟁까지 벌였던 브리티시콜롬비아 주 교사연맹(B.C. Teachers’ Federation, 이하 연맹)이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연맹은 작년 6월 단체협약 만료 이후 정부와 40여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양측의 현격한 견해차를 좁힐 수 없었다.
브리티시콜롬비아 주 공립 초·중등 교사 4만 1000여 명으로 구성된 연맹은 3월 6일, 회원 89%의 전폭적 지지로 쟁의를 결의했다. 4월 23일부터는 정상수업을 제외한 일체의 자원봉사와 학교장과의 공식적 의사소통도 중단하는 등 1차 쟁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의 지도·감독의 어려움 때문에 아침 15분간 휴식시간을 없애면서 등교시간도 15분 빨라지게 됐다. 물론, 기존에 교사의 관리 하에 진행되던 제반 행사는 학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당분간은 계속 진행됐다.
1차 쟁의 이후 5월에 연맹과 정부가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돼 2차 쟁의 단계인 지역별 순환파업이 시작된다. 파업은 지난달 26일 16개, 27일 15개, 29일 14개, 30일 14개 지역에 걸쳐 진행됐다. 순환파업 기간 중에도 양측은 사흘 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고, 연맹은 2일부터 다시 나흘 간 순환파업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정부와 연맹의 해묵은 대립의 시작은 12년 전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정부가 학급당 학생 수, 학급편성(특수교육 및 별도의 영어교육이 필요한 ESL 학생 편성문제), 특별교사와 카운슬러 선발·운영 등의 사안을 단체협약에서 제외시키는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학교운영과 관련한 연맹의 입지를 대폭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연맹은 이 조치에 강력히 반발해 주 정부와 소송전을 불사한 끝에 2011년 주 대법원으로부터 위헌조치를 받아냈다. 주 정부 역시 순순히 물러서지 않고 주 대법원 위헌결정에 항소심을 벌이며 갈등을 키워가다 파업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면의 대립과는 별개로 표면적인 쟁점사항도 있다. 수면위로 드러난 핵심 쟁점사항은 임금인상률이다. 연맹은 향후 3년간 13.5%의 인상을 요구한 반면, 주정부 제시안은 여타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고려, 6년간 최대 7.5%에 불과한 안을 내놨다.
정부는 연맹이 요구하는 수업준비시간 확대, 시간제 교사 임금의 정규직 수준 인상, 3년간 교원연구개발비 1만 2000달러 증액, 의료보험 혜택 확대 등의 후생복리까지 감안하면 실질 인상률이 19%가 넘는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경력 10년이 넘으면 평균 8만 달러(약 7500만원) 전후의 적잖은 연봉과 연금 등 후생복리제도가 최고수준인 교사가 돈 때문에 파업을 한다면 일반의 시선은 부정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브리티시콜롬비아 주 교사 입장에서는 더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보다 낮은 임금인상에 대한 불만이 크다. 연맹이 공개한 밴쿠버 5급(Category-5) 교사의 최저와 최고연봉은 각각 4만 8083달러(약 4500만원)와 7만 4353달러(약 6970만원)다. 반면 토론토는 초등교사가 5만 739달러(약 4750만원)에서 8만 7882달러 (약 8220만원), 중등교사는 5만 1738달러(약 4580만원)에서 8만 9614달러(약 8390만원)로 격차가 많게는 1만 5000달러(약 1400만원)를 넘는다.
연맹은 임금 문제에 더해 “지난 10여 년간 주정부가 교육투자에 인색했던 결과 전반적인 교육환경 수준이 저하됐다”며 이에 대한 적극적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도 주정부의 예산을 봐도 의료부문 비중(42%)이 워낙 높아, 유·초·중등 교육투자는 27%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3년 뒤엔 25.8%로 줄어든다니 교육계와 정부의 마찰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교육예산이 여의치 않다 보니 학생 1인당 연간 투자비도 캐나다 평균인 1만 2000달러(약 1125만원)보다 1000달러(약 94만원) 이상 적어 캐나다 최저수준이다.
특수교육 대상 또는 영어가 부족해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학생이 한 반에 몇 명씩 돼도 특수교사나 ESL 교사가 부족해 일반교사가 함께 지도하는 상황도 연맹의 만성적 불만요소다.
정부는 현재의 예산으로는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12년 전 주정부의 교육예산은 4억 1590만 달러(약 3895억원), 내년 예산은 4억 8540만 달러(약 4550억원)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2년 전 수준의 교육을 위해서도 5430만 달러(약 510억)가 부족하다. 예산이 부족하니 신규교사를 충원할 수도 없고 각종 교육기자재, 교과서, 시설투자는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정부가 열악한 재정을 탓하고 있는 동안에도 지난 12년간 정교사 수는 줄인 반면, 평균연봉이 10만 2000달러(약 9555만원)인 교장·교감과 교사보다 평균 30% 연봉을 더 받는 교육행정직은 꾸준히 늘렸다. 연맹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예산배분 문제를 요구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