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대학입시의 특징은 계열간 교차지원 조건의 강화, 수시모집인원의 확대, 수능반영 방법의 다양화, 그리고 의치예과 선발인원의 감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체로 예상했던 방향이었고 대학별 특성들이 과거보다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자연계열에 대한 교차지원의 조건이 까다로워진 데 대해 다소의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신학년도가 시작된 후에 작년까지 허용되던 제도를 갑자기 바꾼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예측 가능한 진학준비와 지도를 위해 적어도 1년 이전에 변경사항을 확정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이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정상적이고 편법으로 이용되던 교차지원 문제를 많은 대학에서 바로잡은 것은 옳은 일이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둘째, 일부 극소수 학생에 관련된 일을 침소봉대하여 모든 고교가 혼란에 빠질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교과목인 수학, 과학공부를 피해 인문계로 방향을 틀었던 중하위권 학생들이 불안감을 느끼며 손해본 것같이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수효는 극히 일부이고, 3학년 학급편성이 끝난 후 다시 자연계로 돌아가겠다는 학생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교교실이 대혼란에 빠지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처럼 왜곡하는 일은 누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교육현장에 대한 보도나 예측에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교차지원의 제한은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타당하고 필요한 원칙이다. 학생들의 진로선택에는 체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융통성있고 탄력성있는 대처방안이 다양하게 구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가 결정한 일에 책임을 지지 않고, 손쉬운 일만 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요행수나 편법이 우리 사회는 물론 학교현장에까지 만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편법 입학수단'으로 전락한 교차지원은 전면 금지시켜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를 비롯한 교육문제를 다룸에 있어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칙과 정도(正道)에 따라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는 의연한 모습이 필요하다. 그것이 다름아닌 교육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