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교 졸업식에서 새로운 시도
전 교원 상담 자격증 취득 목표
“공부만 잘하는 우등생보다는
됨됨이 갖춘 리더 길러낼 것”지난 2월 12일 경북 포항제철고(이하 포철고)의 졸업식이 열렸다. 수능의 관문을 넘어 사회로 나아가는 졸업생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날 졸업식에 참가한 사람들의 관심은 ‘졸업생 가운데 누가 영예의 재단이사장 상을 받을 것인지’에 쏠렸다. 단상에 오른 주인공은 오용석 군. 그가 받아든 상장에는 ‘인성 우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지난해 오 군은 시련과 맞닥뜨렸다.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온 것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 신분이었지만, 오 군은 큰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을 이식하기로 한 것이다. 아버지를 향한 그의 효심은 학교에도 알려져 많은 학생의 귀감이 됐다. 오 군은 “아들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큰 상을 받았다”면서 “힘든 수술을 이겨낸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했다.
포스코교육재단 산하의 초·중·고등학교 10곳에서는 올해 졸업식부터 인성이 우수한 학생에게 재단 최고상인 이사장 상을 주고 있다. 학교별로 학생 평가와 교사 평가, 인터뷰를 거쳐 도덕성, 봉사정신, 리더십, 대외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상을 주는 여느 학교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한용 이사장은 “논어 학이 편에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여가가 있거든 학문을 배워라’라는 구절이 있다”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성을 갖춰야 한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인성교육을 선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인성상을 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교육 명문인 포스코교육재단에서 학교 인성교육 강화에 눈을 돌린 건 지난해 9월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함께 세계적인 명문 학교를 벤치마킹해 ▲지성 ▲인성 ▲시민의식 ▲스포츠 ▲문화·예술 ▲창의 ▲적성·진로 등 7대 교육 목표를 설정하고 ‘글로벌 일류 시민을 양성하는 행복한 학교’ 비전을 선포했다.
박 이사장은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파악해 즐겁게 공부하면서 학업 몰입도를 높이고 성적이 절로 오르게 돕는 학교, 참된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학교가 바로 행복한 학교”라고 말했다.
모든 교원이 상담 자격증을 따는 ‘全 교원 상담교사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사제 간의 벽을 없애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교육재단에서는 한국교원대와 업무 협약식을 맺고 방학 중 연수 프로그램과 상담교사 자격 인증제 시험 등을 운영한다. 필기시험(50점)과 상담마일리지 점수(50점)를 합산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까지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등학교 교원 528명 중 58%인 307명이 상담 자격증을 땄다.
박 이사장은 “우리 재단 소속 학교 교원들은 연간 총 150회, 학생 1인당 연 5~6회, 한 번에 30분 이상 상담을 진행한다”면서 “오는 2016년까지 취득 비율을 10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현재 우리 교육은 학업 위주로 이뤄져 학생의 적성이나 진로는 무시된 채 경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인간의 도리와 올바른 가치관 등을 가르치는 교육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지요. 인성상 제정과 전 교원 상담교사화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교원들이 학생과 충분히 상담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줄이는 작업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하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