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분석하고 19가지로 정리
초임부터 경력까지 활용 가능
“수업 중 무심결에 한 행동이
학업성취도에 큰 영향 미쳐“ “1986년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 정읍교육청에서는 지역별 시범 수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고 대표로 수업을 공개하게 됐지요. 40분 안에 마쳐야 할 수업을 60분이나 했어요. 시간 안배를 못했던 거죠. 수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준비한 내용은 남았고, 지켜보는 선생님은 많고… 식은땀이 절로 났습니다.”
유해숙 전 전북 입암초 교장은 20년 전 일을 어제 일처럼 떠올렸다. 수업 시간 안배를 못해 당황했던 기억은 교수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했다. 정년퇴임을 1년 앞둔 지난해 후배 교사들을 위해 ‘선물’을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장학사로 4년, 교장으로 7년 반 근무하면서 수업 컨설팅 했던 자료를 정리했다. 200회가 넘는 컨설팅 사례를 분석,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최근 발간한 ‘손으로 가르치고 손으로 배우자’가 바로 그것이다.
‘손으로 가르치고 손으로 배우자’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교사들이 지녀야 할 좋은 교수 습관 19가지를 제시한다. 또 지난해 교직에 몸담은 민은미 교사의 수업을 1년간 참관, 지도한 결과를 가감 없이 소개한다. 유 전 교장은 “교장은 학교 관리자의 역할뿐 아니라 교사들의 교수 능력을 키워주는 컨설턴트, 멘토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장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교사들의 교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의 본질은 교육에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는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기도, 낮아지기도 하지요. 정년퇴임할 때까지 수업 장학에 심혈을 기울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신규 교사를 지도하는 데 집중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교직생활 초기에 좋은 교수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수많은 경력 교사를 지도하면서 ‘한 번 고착된 수업 태도는 고치기가 어렵다’는 것도 절감했다.
“해마다 신규 교사를 모시려고 노력했어요. 적어도 학기당 한 번은 자신의 수업을 연구할 기회를 만들었고 1년에 15회 정도는 동료 교사의 수업 연구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수업을 공개하고 컨설팅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였거든요. 하지만 신규 교사들은 앞으로 수십 년간 수백 명의 아이들을 가르칠, 우리나라 교육의 대들보잖아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어요.”
그는 이어 “신규 교사뿐 아니라 경력 교사들이 자신의 교수 습관을 돌아보고 교사로서 전문성을 기르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훗날 신규 교사가 들어왔을 때 경력 교사가 수업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교직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좋은 교수 습관 실천하세요>1. 손으로 가르치세요손으로 하는 수업은 아이들의 기억에 더욱 남습니다. 학습 내용이 시각화되기 때문이죠. 수업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핵심 내용을 추려 판서하고 아이들이 노트에 정리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2. 학습장 쓰기를 지도하세요교사가 손으로 가르쳐야 한다면 학생은 손으로 배워야 합니다. 학습장 쓰기 지도는 학생 지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학습장은 ‘교실 공부’와 ‘스스로 공부’로 나눠서 정리하도록 하세요. 교실 공부 부분에는 수업 시간에 교사가 정리해주는 내용을 쓰도록 하면 됩니다.
3. 설명·안내·예시·시범을 거친 후에 지시하세요수업은 교사의 지도와 학생의 수행으로 이뤄집니다. 교사의 지도 방법에는 설명, 안내, 예시, 시범, 지시 등이 있죠. 수업 시간에 설명, 안내, 예시, 시범의 과정을 거친 후에 지시해야 합니다. 만일 이를 거치지 않은 채 지시만 한다면 아이들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