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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원 자존감 무너지면 교육은 없다

정부가 공무원 연금을 왜곡하는 영상 광고로 가난한 교사의 소박한 꿈을 거덜 내더니, 이젠 서울시교육청이 영상 홍보를 통해 아예 대놓고 교사 집단을 돈벌레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김영란법’이다 뭐다 해서 뒤숭숭한데 서울교육감조차 교사의 발등을 찍고 만 셈이다.

그래도 페스탈로치가 되고자 했고, 돈 보스코처럼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 되고 싶었던 교사들을 일거에 매도하는 것은 해도 너무 했다. 세상이 돈의 노예가 되다보니 모두 돈을 좇는 사람처럼 취급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직 썩지 않은 게 교사집단 아니던가. 일부의 몰지각한 촌지 수수를 50만 교사의 타락한 모습인 양 호도하는 것은 전체 교원들에 대한 치욕적 명예 훼손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교사들이 자긍심 하나로 묵묵히 참아왔는데, 고작 돈푼이나 얻어내려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분명 비열한 ‘갑(甲)질’이다.

스승의 날이면 더욱 더 비참해진다. 종례 때 절대 아무 것도 가져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야 한다. 그리하여 온정조차 차단 된 교실, ‘은혜’라든가 ‘감사’ 같은 말을 ‘대가성 뇌물’로 이해하는, 스승이고 뭐고 고발과 감시의 대상이며 그것이 ‘정의’인 줄 알아가는 학생들 앞에 교원들의 설 자리는 없어지고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달걀 한 꾸러미, 뜨끈한 감자 몇 알을 교원들은 콧등이 시큰하게 받았다. 퇴근 무렵 우연히 선생과 아이의 아빠가 동네에서 마주쳐 대폿집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시며 '힘드시죠?', '우리 애 잘못 하면 많이 혼내 주세요' 등의 말을 주고받고는 함박꽃 웃음을 나누던 시절. 그 순박한 손들이 건넨 건 ‘뇌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촌지 고발에 포상금 1억’의 시대다. 교육청은 촌지 수수를 동료 교사가 감시하고 고발해 성과를 보고하라고 한다. 몇 천 원짜리 ‘기프티콘’을 받으면 신고해야 하는 것이 진보시대의 강령이라면 우리 교육도 끝났다. 더 이상 스승이 아닌 추레한 급여생활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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