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는 2002년까지, 그리고 초·중학교는 2003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감축하겠다는 이른바 '7.20교육여건 개선계획'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총이 전국의 초·중등학교 2378개교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60% 이상의 학교가 공사를 완료했거나 시행중이거나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공사를 완료했거나 진행중인 학교의 대다수가 수업 등 교육활동에 피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고등학교의 10% 이상이 공사할 계획으로 있어 금년 2월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이미 차질을 빚고 있었다. 사실 7.20계획은 학교 시설분야 뿐만 아니라 교원수급에 있어서도 실패가 예견된 것이었다. 초등교사가 부족하자 중초임용을 시도했으나 교육계의 반발에 밀려 교대 편입학과 같은 편법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2년은 지나야 임용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7.20계획에 따른 혼란을 보면서 다음과 같이 충고하고자 한다.
첫째, 더 이상 본말이 전도된 정책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여건 개선은 교육수혜자인 학생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여건개선을 빌미로 교육활동이 위축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후일 정부의 실적으로 내세울지는 몰라도 현재 피해를 당한 학생은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정책은 학생 피해의 최소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특정 정책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정부는 7차 교육과정을 강행하려 했으나 한국교총 등에서 교육여건의 불비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자 무리한 교육여건개선 계획을 깜짝쇼 하듯이 들고 나온 것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다른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 논리의 대표적 사례이다.
셋째, 실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다. 관료들은 실적주의에 길들여 있으며, 7.20계획 역시 전형적인 실적위주의 정책이다. 실적위주 교육정책은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모든 교육정책은 학생과 교육을 우선하는 교육논리로 접근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미흡한 것이 정책에 대한 평가활동이다.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 적대감을 표시하는 것이 관료들의 일반적 태도이다. 그러나 전국의 대다수 학교를 공사판으로 만들고 혼란에 빠Em린 정책에 대해서는 그 입안단계부터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공정한 평가를 토대로 준엄하게 책임을 물을 때, 잘못된 정책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