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학급당 적정 학생 수는 몇 명일까? 이에 대한 논란이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를 늘려 교원의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일본 재무성과 오히려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교육계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일본재무성은 소학교의 현재 학급당 35명의 학생 수를 40명으로 늘려 인건비를 86억엔(769억원 정도) 줄이겠다는 예산안을 제시했다.
3년 전 일본 문부성은 이지매와 폭력, 학력 향상 등의 효과를 위해 소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40명에서 35명으로 줄이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런데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도 당초의 목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며 이 정책을 철회하려고 하고 있어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본의 소인수 학급(少人數 學級) 도입은 십여 년 전부터 아키다현, 야마가타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선구적으로 도입했다. 민주당 정권시절인 2011년에 의무교육 목표법이 개정돼 그해 봄부터 전국의 공립 소학교 1학년부터 학급당 학생 수가 35명 이하로 됐다.
집단 따돌림, 등교거부, 학력저하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원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돌볼 수 있는 여유를 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예산을 편성하는 재무성 관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40명 학급 부활을 제시했다.
첫째, 35명 학급을 도입한 소학교 1학년의 집단 따돌림 건수가 이전 5년간 평균은 10.6%였지만 35명으로 줄인 뒤에는 2년간 평균 11.2%로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폭력행위도 3.9%에서 4.3%로 증가했기에 이것을 볼 때 학교 폭력 방지에 명확한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둘째, 2012년에 35명 학급을 도입했던 소학교와 중학교의 2013년도 전국학력평가 결과가 오히려 2010년보다도 떨어져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도 학력 신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재무성의 예산 담당자는 이를 근거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데 계속해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라며 예산 삭감을 추진하려고 한다. 국가 재정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예산 담당자들은 교원의 인건비를 줄이는 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 35명이 기준인 현 상황에서 만약 학생 수가 36명이 되면 이를 18명씩 2개 반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러면 교원이 약 4000명이 더 필요하게 되고, 인건비는 86억엔 정도가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40명 학급수를 도입하면 그만큼의 인건비가 삭감된다는 것이 재무성 관료들의 계산 논리인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교육을 복지나 고용 등 정책적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는 분야와 동일하게 보고 있는 것 자체부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35명 학급을 도입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명확한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성급하다는 비판이다.
사후지가쿠 학습원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재무성은 35명 학급의 학력향상 효과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연구에서 학급당 40명에서 35명으로 줄이면 통계적으로 현저한 수치는 나오지 않지만 학급당 20인 이하로 줄이면 학력과 인성 등에서 현저한 효과가 있다는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소인수 학급은 교육의 질을 올리기 위한 세계의 추세로 학급당 20명 정도가 주류이므로 논의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재무성은 너무나 근시안적이다. 교육은 지출이 아니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주장했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재정지출을 억제하려면 연금과 복지, 의료비 등 사회보험 예산의 팽창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효과의 검증은 필요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측정된 결과가 아니다. 재무성 관료들은 20~30년 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기를 바란다. 저출산, 고령화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동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넓은 안목으로 교육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