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의 발전과정에서는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교육비 부담이 가장 핵심적인 원동력이었지만 정부가 수립·추진해온 주요정책과 제도들도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잦은 조직개편, 짧은 장관 임기 한계
1948년 이승만 정권 출범 당시 추진했던 초등교육 의무화는 전혀 현실성 없어 보였다. 그러나 부족한 수용능력을 해결하기 위해 과밀학급과 2부제 수업, 거의 탈락 없는 자동진급제 등을 허용하고 부족한 학교재정을 학부모 부담으로 충당하며 1959년 취학률이 96%를 넘어서 사실상 완전 취학 실현에 성공했다. 박정희 정권 때는 중등교육 기회를 확대하면서 과열되는 중·고 입시 해결을 위해 중학교 무시험전형, 고교 평준화 정책을 도입하는 등 정책을 폈다. 이에 중학교는 1979년에, 고교는 1985년에 진학률 90%를 넘어서게 됐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구조와 정부 주도적 발전모델을 적용하며 교육기회 및 여건 확대 등 양적 성장을 위해 중·단기 계획들을 수립 추진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법령 정비와 조직개편을 수시로 해온 결과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하위부서의 편제가 매우 빈번하게 개편돼온 것도 사실이다. 정권의 변동에 따라 교육부 조직편제가 달라진 것은 납득할 만하지만, 동일한 정권의 통치기간 내에서도 빈번히 개편돼왔고 심지어 일 년 사이에 두 번이나 바뀐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이 빈번한 교육행정조직의 변동은 사회의 교육수요를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 비전 없이 그때그때 교육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개편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부장관의 역할은 법적, 제도적으로 그에게 부여된 임부보다도 더 막중하다고 할 수 있지만 리더십 여건 조성의 차원에서는 문제점이 있었다. 정부수립 이후 55명의 교육부장관들이 임명됨으로써 재임기간이 평균 14.6개월 정도에 불과해 긴 안목에서 안정적으로 교육발전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재임기간이 짧다보니 교육정책의 일관성 및 예측가능성이 낮아지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교육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심화시키는 한 요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관 주도의 모습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표면적, 공식적으로나마 관련법령을 마련한 후 주관 위원회를 설립해 계획수립·집행·평가의 과정을 거치도록 돼있어 매우 합리적인 거버넌스(governance)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행정)과정에서의 거버넌스는 이제 행정관료 중심의 계층적 거버넌스에서 점차 정당과 언론, 이익단체와 연구기관 등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네트워크 거버넌스로 전환된다고 볼 수 있다.
교육행정체제, 더 분권‧자율화 돼야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행정체제는 더욱 분권화·자율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의 규제 및 감독기능을 더 줄이고 조직도 간소(slim)화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법령을 통한 중·단기 계획을 통해 업무를 추진하는 방식도 각 교육기관과 교육자들의 창의와 자율을 제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최근에는 과도한 의원입법과 더불어 국회기능의 비대화가 우려되고 있다. 교육정책의 수립과정 및 교육행정의 거버넌스 측면에서 정당과 여론, 언론과 이익단체 등의 견해를 최대한 반영하되 참여주체들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 교육정책이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와 유도기능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