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교육청 중 상당수가 교육·시설예산은 크게 줄인 반면, 무상급식 예산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4일~15일 4개 권역별로 진행된 지방국감에서 교육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방교육재정 악화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누리과정 재원 부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이 안고 있는 채무 잔액은 총 10조8540억 원에 이른다. 올 한 해 새로 발행된 지방교육채만도 6조1426억 원이다. 반면, 상환액은 1693억 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대부분 이자상환이었고 원금상환한 곳은 73억 원을 갚은 인천 한 곳밖에 없었다.
이 영향으로 일선 학교들은 교육환경개선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전국 시·도교육청 예산 수요액은 4조407억 원이었으나, 실제 반영된 금액은 1조5234억 원에 그쳐 예산반영율이 4년간 최저인 38%를 기록했다.
기초학력 보장 예산도 크게 줄고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175억 원 집행됐던 것이, 2013년에는 811억 원, 2014년에는 643억 원으로 3년새 47%나 줄었다. 집행액과 예산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예산은 431억 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도 무상급식만은 건재했다.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료에 따르면 총액은 1373억원 줄었지만, 지자체 지원 중단으로 내홍을 겪으며 1770억원 가량을 감축한 경남을 제외하면 오히려 늘었다. 지역별로 따져도 대구, 경기, 충북, 전북, 경남을 제외한 대부분 시·도에서 증액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교교육에 직결되는 교육·시설예산을 삭감한 교육청들이 무상급식은 유지·확대한 것이다. 학교 살림이 어려워진 데는 3조9천억원에 달하는 누리과정 예산 탓도 컸지만, 교육감들 역시 자신들의 공약인 무상급식은 끝까지 고수한 셈이어서 비판을 면하긴 힘들다.
교육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 확대가 전체 교육예산 파이를 키우는 데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공약인 자유학기제조차 국비 반영을 거부, 교부금으로 운영토록 한 예산당국이 6조 이상을 복지에 쓰고 있는 교육당국의 증액 요구를 수용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선은 의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도교육청 감사에서 보편적 복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안 의원은 "세계적으로 무상급식은 스웨덴, 핀란드 밖에 없고, 미국은 40%, 일본은 14%만 한다"며 "복지는 지속가능해야 하고, 나라가 어려워지면 서민·중산층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상급식비는 하늘에서 떨어진 비용이 아니라 기존 교육청 예산"이라며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 안전 환경개선, 리모델링, 책 걸상 교체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