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서 배치된 김효인 순경
학교폭력 방관자에 관심 갖게 돼
“아이들 목소리 듣는 어른 되고파
학교 안팎으로 도움 손길 내밀 것”“학창 시절, 우리 사회는 힘이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약자의 목소리,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어른이 되는 게 꿈이었죠. 경찰관이 떠올랐어요. 대학 졸업 후 학교전담경찰관을 특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망설임 없이 응시했어요.”
‘학교전담경찰관’ 특채 1기가 7일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은 지난해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하나로, 아동·청소년·심리·상담·교육 학사 이상을 소지한 81명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선발했다. 이들은 8개월 동안 중앙경찰학교의 신임 순경교육과 분야별 실습을 거친 후 일선 경찰서로 배치됐다. 학교폭력 예방과 신고 접수, 사건 처리, 사후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경찰은 오는 2017년까지 총 243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김효인 순경은 대구 달성경찰서로 발령 받았다. 현장에 투입된 지 채 한 달이 안 됐지만,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 학교폭력 캠페인을 벌이고 학교폭력 예방 강의도 나선다. 학교폭력위원회에도 참석하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업무도 전담하고 있다. 그는 “짧은 기간 근무하면서 학교폭력 방관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방관자는 학교폭력 가해자이기도, 피해자이기도 해요.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방관자가 감시자가 될 경우, 폭력은 힘을 잃게 되죠.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면서 ‘학교폭력은 나쁘다’ ‘안 된다’ ‘처벌 받는다’는 말을 주로 했어요. 그러다 문득 ‘학생들이 정말 몰라서 학교폭력에 연루되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아무도 내 편이 돼주지 않았다’던 피해 학생의 말도 떠올랐고요. 학교폭력을 막으려면 가해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보다 다른 방향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김 씨는 ‘착한 폭주족’으로 알려진 ‘B.A.C.A.(Bikers Against Child Abuse International)’ 사례를 예로 들었다. 폭주족은 사람들에게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힘과 이미지를 아이들을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활동에 앞장선다. 그는 “힘을 가진 사람이 그 힘을 과시하고 남을 괴롭히는 데 사용하지 않고 소중한 것을 지키는 데 쓰는 모습은 ‘멋있다’는 느낌을 준다”면서 “가해자였던 학생이 착한 폭주족처럼 감시자 역할을 한다면 학교폭력 예방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누구나 학교를 다니지만, 그 추억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지치는 순간이 올 때 즐거웠던 학교생활을 떠올리며 힘내도록 도울 생각이다.
“학생, 학부모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상담도 진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사소한 일상부터 좋아하는 것, 앞으로의 계획, 꿈 이야기까지 나눴고 애착을 느꼈어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학생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죠. 앞으로 마음을 다해 이 아이들을 도우려고 합니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거리낌 없이 ‘경찰에 도와달라고 하자’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친숙한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