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 희망교원이 늘면서 퇴직조차 재수, 삼수가 빈번해지는 가운데 사립외국어고등학교 교원들은 명퇴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원인은 사립외고 재정 악화에 있다. 국공립학교나 일반 사립학교 교원이 명퇴를 할 때는 명퇴수당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급된다. 그러나 수업료 등이 자율화되어 있는 사립외고 등에는 재정결함보조금 지원이 제한돼 학교 자체 예산으로 명퇴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재정 여건이 중요하다.
사립외고의 재정이 악화된 데는 2009년 12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 개편 방안'의 영향이 컸다. 학급당 평균 36.9명이었던 학생 수를 5년에 걸쳐 2/3 수준인 25명으로 줄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교육 질 개선을 위한 시책이었지만, 사립외고 입장에서는 재정적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A외고 교장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따라 사립외고의 재정적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이뤄지지 않아 그 피해가 교원과 학생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강하게 주장했다. 또 "사립외고처럼 수업료가 자율화되어 있는 자사고에는 명퇴예산이 지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확고한 불가 입장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사립외고 교원의 실질적 고용 주체는 학교 재단이지 정부가 아니다"라며 "당연히 재단이 책임져야 할 명퇴수당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근로관계나 법체제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대로라면 사립외고 교원의 명퇴는 요원한 일로 보인다. 외부의 특별한 지원 없이 학교 재정상황이 갑자기 호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원들이 재단에 예산확충을 요구하기도 여의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법령에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무조건 명퇴를 받아주도록 돼 있지 않는 한, 교원들이 재단에게 명퇴수당을 요구할 근거는 미약하다"며 "정부 지원이나 법령 개정 없이는 사립외고 교원에 대한 상대적 불이익이 개선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