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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직접 기른 배추로 담근 김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전북 오천초의 나눔 이야기]



학교 텃밭서 기른 배추로
김장 담아 이웃에게 전달
올해로 3년째 나눔 실천
“선생님, 김치 맛 최고예요”


“우와, 진짜 크다!”
“내 배추가 더 큰데?”

지난달 24일 전북 오천초는 ‘왁자지껄’ 했다. 지난 늦여름 정성스레 심은 배추를 수확하는 날이었다. 학교 텃밭에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은 제 몸집만 한 배추와 씨름을 벌였다. 누가 더 큰 배추를 뽑았는지 겨루느라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다. 입김이 나오는 날씨에도 수확의 기쁨을 누리느라 바빴다. 이날 거둬들인 배추는 150포기 남짓. 속이 꽉 찬 배추는 먹음직스러웠다.

다음 날에는 학년별로 김장을 담갔다. 작은 손으로 직접 배추를 자르고 맛깔난 양념으로 속을 채웠다. 직접 만든 김치를 친구끼리 먹여주면서 ‘맛있다’를 연발했다. 평소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아이들도 이날만큼은 김치 맛에 푹 빠졌다. 오천초의 김장철 풍경이다.

김치 담그기는 올해로 3년째다. 여름방학이 끝나면 유치원생부터 6학년 학생까지 모두 모여 텃밭에 배추를 심는다. 물과 거름을 주는 일은 고학년이 담당한다. 시간 날 때마다 텃밭을 찾아 잘 자라고 있는지 살핀다. 황동국 교사는 “김장 담그기 활동은 전통 음식의 소중함을 배우고 학생의 식습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아이들은 배추를 심고 물과 양분을 주면서 자연의 이치도 배웁니다. 식물이 자라는 데는 햇빛, 물, 양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죠. 식물을 정성껏 가꿨을 때 값진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아요. 텃밭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신기해합니다. 배수 사이에 숨어 있는 민달팽이, 애벌레도 아이들에겐 재미있는 탐구 대상이 되지요.”

완성된 김치는 몇 달간 배추를 기르느라 고생한 꼬마 농부들의 몫이다. 일부는 어려운 이웃들과 나눈다. 학생들이 직접 지역 요양원과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세상에서 하나뿐인, 맛있는 김치’를 전한다. 6학년 송유근 군은 “고아원, 요양원에 김치를 전달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집에서 어머니가 김장할 때는 힘들어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직접 만들어보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알겠더라고요. 김치를 고아원, 요양원에 가져다 드렸어요. ‘고맙다’ ‘정말 맛있다’ 칭찬해주셨어요. 평소에는 다른 사람을 도울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제가 만든 김치로 이웃을 도울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어요.”

6학년 조은빈 양은 “친구들과 함께 심은 배추를 수확할 때 무척 기뻤다”면서 “부모님이 맛있다고 말씀하셔서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천초의 김장 담그기 활동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황 교사는 “우리 학교 텃밭에는 비닐하우스가 있다”면서 “토마토, 고추, 감자, 브로콜리 등 다양한 채소를 재배, 수확해 수업에 활용하기도 하고 간식을 만들 때 사용한다”고 했다.

“학교 텃밭에 다양한 작물을 기르고 김장도 담그는 건 학생들에게 농업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편식하는 아이에겐 건강한 식습관을 선물하지요. 재배한 배추로 직접 김치를 만들다 보면 ‘김치가 맛있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이웃에게 김치를 전하면서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배웁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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