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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반값등록금 체감 논란을 넘어

2012년부터 시작된 반값등록금 정책이 금년에 완성됐다고 하나 학생들은 반값등록금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학생들과 정부가 사용하는 반값등록금의 의미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정확한 명칭은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다. 이는 학생들의 주장처럼 고지서 상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정책이 아니라, 평균적인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경감시키는 정책이다.

따라서 등록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학생부터 종전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는 학생까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고 있는 학생이 반값등록금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책 효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 필요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이 명목상의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반값등록금 정책에 비해 정부나 대학의 투자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에 따라 등록금 수준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의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각 대학에서 부과하고 있는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인하하고 인하한 만큼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설립별, 대학별, 전공별, 지역별, 계층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목표 달성 여부는 개인의 체감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있게 국가장학금 기준을 마련해서 지원했느냐와, 대학과 국가의 장학금액과 등록금 인하 금액의 합이 2011년 등록금 총액 14조원의 절반인 7조원을 넘어섰느냐에 있다. 정책목표 달성여부가 학생 개개인의 반값등록금 체감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소모적인 반값등록금 체감 논란을 접을 때가 되었다.

사실 매년 물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2009년 이후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동결해왔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20% 이상 등록금 인하 혜택을 본 셈이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요인을 인건비 동결과 경상비 감축 등으로 흡수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 작업이다. 반값등록금이 대학교육 기회 확대와 등록금 부담 완화, 대학재정의 효율화에 미친 긍정적 효과를 분석하고, 대학재정 수준과 대학교육의 질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평가한 후, 반값등록금 정책 지속여부를 결정할 때가 된 것이다.

좀 더 정치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반값등록금의 공과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대학의 현실은 긍정적 평가보다 부정적 평가가 많은 듯하다. 우선, 대학교육비 총량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OECD 교육통계에 의하면, 우리의 2012년도 GDP 대비 대학교육비 정부부담 비율은 전년 대비 0.1%p 증가했지만, 민간부담 비율이 0.4%p 감소해 전체적으로 2.6%에서 2.3%로 0.3%p 감소했다. 학생 1인당 대학교육비도 전년보다 0.6% 감소해 7.7% 증가한 OECD 평균과 대조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학생 1인당 대학교육비 수준은 OECD 평균의 71%에서 66%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반값교육’으로 후퇴하는 일 없게 해야

대학교육비 수준과 대학경쟁력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1인당 교육비 수준이 OECD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비 총량마저 전년보다 줄었다는 점은 심각해 보인다. 등록금을 국가장학금으로 대체하고 몇 년 동안 계속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한 결과다. 내년에 2013년 대학교육비 통계가 나오면 더 심각한 상황을 보여줄 것이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는 몇 년째 교직원 보수가 동결됐고, 각종 교육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축소됐으며, 졸업이수학점이 인하됐고, 복수전공을 억제하고 선택과목수가 줄어든 반면 강좌 당 학생 수는 늘어났다. 반값등록금이 반값교육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반값등록금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 과연 반값등록금 정책은 성공한 정책인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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