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을 맞아 일선 학교에서는 교원 근무에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진보성향 교육감이 소속된 교육청에서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방학 및 휴업일의 일직성 근무 폐지, 근무조 편성 실태 보고 등 공문을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획일적 폐지는 학생 교육·안전 위협
요즘 학교는 방학을 해도 문을 닫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연중 교육 활동이 이뤄지는 배움터다. 평소의 학교는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등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비해, 방학 중 학교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다양한 교과 외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사실 방학이라 해도 일선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 돌봄 교실, 스포츠교실, 영어 및 영재 등 각종 캠프, 도서실 개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학교는 공문 수발, 전화 응대, 민원 처리 등을 수행해야 한다. 엄연히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데 정작 교사는 없어도 되고, 외부강사와 교장, 교감, 행정실 직원들이 대행해도 된다는 사고는 어불성설이다.
방학 중 교사들의 근무를 폐지하면 학생 안전과 생활 지도, 학교 업무 수행 등에 큰 허점과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소규모 학교의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관리자들은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출근해 각실 문 열기, 난방기 가동, 등교생 하차지도 등을 수행해야 하고, 하루 종일 전화기에 매달리고 민원인을 응대해야 한다. 하교 시에는 하교생 승차 지도, 각실 문 잠그기, 난방기 등 전열기 끄기 등을 끝내고 퇴근해야 한다. 갑자기 생기는 출장은 아예 갈 수도 없다. 교사가 근무하지 않는 방학 중 학교 교육과 운영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감은 교직단체와의 교섭과 단협 등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비교육적인 집단 이기주의에 편승하거나 국민감정에 반하는 단협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 교섭과 단협은 반드시 학교 현실에 부합되고 교원들이 요구하는 사항이어야 한다.
그리고 합의사항이라도 일선 학교에 일률적으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 말로는 ‘권장’으로 포장해 놓고 실행 보고 요구, 학교 평가 반영, 벌금 운운하면서 간접적인 압력을 가해서는 더욱 안 된다. 특히 당직 근무와 근무조 폐지가 학생 교육과 자기 연찬을 위해서 방학 중에 스스로 학교에 출근하려는 상록수 같은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특정 노조 편들기여서는 안 돼
물론 과거처럼 방학 중 학생 활동이 없는데, 수 명씩 조를 짜 출근하는 맹목적?강제적인 무의미한 교사 근무는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등교해 활동하는 날의 교사 근무는 단위 학교장에게 맡겨야 한다. 또 교사들이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출근해 학생 지도, 자기 연찬 등을 할 수 있도록 열린 교육 행정, 친화적 학교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교육과정의 핵심은 학교교육과정의 다양화와 단위 학교장의 자율성, 책무성 확대다. 따라서 단위 학교 실정을 가장 잘 아는 학교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해야 한다. 결국 방학 중 교사 근무는 진보 교육감의 특정 노조 편들기여서는 안 된다. 획일적인 교사의 방학 중 근무 폐지보다는 학교 구성원의 합의와 단위 학교장의 교육적인 의사결정과 판단에 따라 자율적인 교사 근무 체제로 혁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