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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승과 제자 3代가 한 학교서 근무

"어제는 은사, 오늘은 동료"

2년 전 서울한강전자공예고(교장 채규명)에 부임한 신광철 교사(44). 교무실을 들어서며 신 교사는 반가움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고등학교 은사인 한승희 선생님(59)이 환한 얼굴로 그를 맞아주셨기 때문이다. 한 선생님은 당시 유일하던 서울공고 인쇄과에서 담임을 맡으셨을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동문선배님기도 했다. 신 교사는 67회 졸업. 한 선생님은 53회 졸업. 까마득한 선배가 이제는 한 직장의 동료가 된 것이었다.

반가움의 악수를 나누기 잠깐. 더 큰 기쁨이 신 교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직시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 두 명이 교사가 되어 이 학교에 부임해 있었던 것이다. 84년 초임 발령을 받았던 서울공고에서 담임을 맡았던 박병권 교사(76회·85년 졸업)와 그 후배 조우성 교사(81회·90년 졸업)가 그들이었다. 95년 한 교사가 이 학교에 부임했고 96년 제일 막내인 조우성교사가, 그 이듬해에는 박병권 교사가 합류했다.

동문 선후배끼리 한 곳에 근무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지만 3대에 걸친 사제간이 한 학교에 교사로 근무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이들이 모이면 교무실은 동문회장이 된다. 동문 출신 중에 교직에 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데 한 학교에 4명이 모여있으니 그들의 동료애가 남다를 만 하다.

한 교사의 제자 자랑이 이어졌다. 한 교사는 다른 사회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교직에 들어오셔서 교직경력은 올해 23년째다. "신 부장(신 교사는 환경부장을 맡고 있다)은 항상 말없이 공부하는 모범생이었죠.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학교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요."

신 교사는 항상 열정적인 수업을 하시던 은사를 기억하고 있다. "수업 시간 중 아이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열변을 토하시며 수업을 하셨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으셨구요. 당시 볼록판 인쇄를 가르치셔서 별명이 볼록이셨죠."

같은 동료 교사이기는 하지만 선후배간에다 은사였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그리 쉬울 것 같지 않으냐는 질문에 모두들 웃음으로 답했다. 신 교사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며 "다른 동료 선생님 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예의를 갖춰야 해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서로 부담없이 도와주고 격려해주기 때문에 보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병권 교사도 "은사가 동료이기 때문에 많은 의지가 되고 어려운 점이 있을 때는 사소한 것까지 챙겨주신다"며 고마운 마음을 내어놓았다.

학교 안에서 서로 뭉치기는 사실 힘들다. 다른 동료교사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사적인 모임을 통해 동문간의 우애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이 학교 광고사진과에서 모두 관련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세월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같은 길을 걸어갈 스승과 제자의 뒷모습이 유난히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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