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내 학부모와 주민 1300여명은 지난 8일 스승존경 결의대회를 갖고 `우리가 실추시킨 교권을 우리가 일으켜 세우는데 앞장설 것'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을 낮추는 어떠한 언행도 하지 않을 것' 등 4가지 사항을 결의했다.
이 대회에서 이상주 교육부총리는 "범정부적 차원으로 학교·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교권 세우기 운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자는 것이 아니라 이 결의대회에서 오간 말만을 반추하면 마치 학부모들이 교권을 추락시키고 정부는 교권을 세우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런가.
많은 교원들은 국민의 정부가 교원을 개혁 대상으로 삼고 교원정년을 무지막지하게 단축하는 가운데 일부 학부모단체와 언론이 일방적으로 정부 편을 들면서 교권이 추락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앞에서 고령교사를 무능교사의 표본인 양 매도한 게 누구인가. 정작 반성해야 할 당사자인 정부와 일부 학부모단체에서는 여전히 교원정년 단축으로 학교현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는 등 이를 치적인 양 강변하는 데 일반 학부모들이 반성의 소리를 내니 종잡을 수 없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학부모와 주민들의 스승존경 결의대회는 큰 의미가 있다. 교권 추락, 공교육의 붕괴라는 잘못돼 가는 현상에 대해 책임소재를 가리기 보다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내 탓이오'하며 자책하고 몸가짐을 반듯하게 하자는 호소로 들린다. 사실상 집단이기를 극복하는 길은 제목소리 키우기 경쟁이 아니라 `집단이타행위'이다. 언감생심이겠지만 우리 사회 각계의 숱한 단체들이 모두 나서서 경쟁적으로 공동선을 실천하면 이게 바로 `희망의 혁명'이다.
우리 나라 학부모 운동도 어느 덧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단체는 틈만 나면 공교육과 교원 때리기를 일삼는 반면 많은 학부모들은 묵묵히 학교 내 각종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후원하는 가운데 이를 조직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승존경운동 대전협의회는 학부모의 자성의 소리를 담은 이 같은 스승존경 결의대회를 각급 학교별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 자녀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교육열기가 이러한 결의대회를 통해 학교사랑 운동으로 승화하기를 바란다. 또 2세들의 바람직한 교육을 위해 학교와 가정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따라서 서로를 탓하기 보다 협력해야 하는 대상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