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개정 추진…일선 "객관성 미흡, 사교육 증가 등 우려" 안양옥 교총 회장, 이준식 부총리에 "충분한 여론수렴 요청"
교육부가 지필고사 없이 수행평가로만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훈련 개정을 추진하자 대다수 교원들은 ‘객관적 평가기준 미비’와 ‘업무 부담’ 등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을 일부 개정하기로 했다. ‘교과학습발달상황 평가 및 관리’ 방침 중 ‘교과학습발달상황의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를 ‘수업활동과 연계해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해 실시할 수 있다’로 바꾸는 게 골자다. 기존에는 전문교과실기과목에 한해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낼 수 있었지만 사실상 전 과목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일선 교원들과 학부모들은 ‘공정한 평가기준 마련의 어려움’, ‘교사 업무 부담’, ‘사교육비 증가’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반응이다.
과정중심 평가, 다양한 평가를 통한 교사 평가권 확보 등 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로선 지필평가 없이 수행평가로만 성적을 낸다는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
교사 준비상황은 물론, 교사 1명당 학생 수 감소, 평가 기준의 명확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A중 교감은 "현재도 수행평가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는 상황인데 전면 반영으로 변경되면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수행평가 문제로 학부모가 찾아와 한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국어과목의 경우 글쓰기나 발표를 수행평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채점 기준표를 만들어도 예상외 결과물이 많아 점수를 줄 때 주관적 판단을 배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중학교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대학 진학이 걸린 고교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B고 영어교사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교의 경우 평가의 객관성이 철저하게 확보돼야 한다"면서 "교사 한명이 한 학년을 모두 맡으면 평가기준을 일원화 하고 비교적 균등하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두 명 이상이 맡고 있어 교사에 따라 평가가 달리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C고 교사는 "대학 진학의 관문인 수능이 결과중심 평가인 상황에서 내신성적을 과정중심 평가로 한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교육당국이 평가 지침을 자세히 내려 보내면 오히려 ‘획일화’로 후퇴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또 사교육비만 증가해 ‘교육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양옥 교총회장은 9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현장의 반응을 종합, 교총의 공식입장을 내놨다.
안 회장은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내려면 여러 가지 해결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정한 평가기준 마련의 어려움, 부모숙제라는 비판, 학생·학부모의 문제제기, 교사 평가 부담, 사교육비 증가 우려 등 부작용을 고려해 교총 등 학교현장의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