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시대, 해외 개척할 인재 길러내야
全교과에서 창의적으로 통합수업 가능
교사 국제교류, 연수, 선도교사 육성 지원
교총과 교사 파견 국가, 인원 확대 협력
“세계시민교육을 학교 현장에 활성화시키기 위한 열쇠는 결국 교원 역량에 있습니다.”
5일 서울 구로구 집무실에서 만난 정우탁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하 아태교육원) 원장은 주저없이 말했다. 지난해 인천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을 교육 목표로 설정하는 데 매진한 아태교육원이 교원 연수나 교사 교류 사업 등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경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세계,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가고 전쟁이나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난민과 이주노동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다른 나라에서 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데 정 원장은 주목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국가 간 경계를 전제로 문화의 다양성을 가르치는 국제이해교육을 했다면 이제는 지구공동체에서 살아 갈 세계시민으로 아이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교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시민교육이 무엇인가.
“세계시민교육은 지난 2012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교육우선구상’을 제안하면서 주창한 개념이다. 학문적으로 통일된 정의가 있지 않은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전부터 진행돼 오던 국제이해교육, 평화교육, 인권교육, 다문화교육 등을 총괄한 대표선수 격 이름으로 보면 된다. 영어로 소통을 잘하고 외국 매너를 잘 익히는 것은 부차적인 개념이고 휴머니티를 강조한 것이다. 유네스코도 평화, 인권, 문화의 다양성, 지속가능한 발전 등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포괄적 가치로 보고 있다.”
-인성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나.
“외국에도 Character Educ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learning to be(인간 교육)’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같은 유교 문화권 내에서 인성교육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같은 개인 내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세계시민교육은 세계 공동체 내에서의 삶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접근법이 반대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인천 세계교육포럼 이후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교육포럼에서 아태교육원을 세계시민교육 중심기관으로 삼아 각국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그 뒤 11월에는 유네스코 본부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아졌다. 그동안은 정치, 안보, 경제 외교였는데 최초로 교육을 글로벌 어젠다로 제시했고, 자국의 이익과는 무관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주창한 것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영향력이 있는 것도 바로 이익을 좇지 않고 보편 가치를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
-세계시민교육은 왜 필요한가.
“ODA(공적개발원조)사업도 세계시민의식이 없으면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현재 한국에는 이주노동자도 많다. 애국심뿐만 아니라 세계시민으로서 다층적 정체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환경 문제도 이제는 자기 나라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미세먼지나 황사 문제는 중국, 몽골과 협력해야 하는 시대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학교 교육에서 세계시민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대한민국 교육은 정답을 제시하는 교육인데 사실 세계시민교육은 그것과는 반대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 교육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변혁적 페다고지(pedagogy)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답이 있는 것을 해설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 호주에서 철새 이동 경로를 파악하며 지나는 국가들의 문화를 조사, 발표하는 수업을 본 적이 있다. 환경수업이지만 세계시민교육이 접목된 것이다. 이처럼 어떤 교과에서도 할 수 있고, 그 만큼 교사들의 창의적인 수업이 필요하다.”
-그럼 교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어떤 교과, 단원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연결할 수 있는지 교과서를 분석하며 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 교수법이나 현장 적용 사례에 대해 교원 연수도 강화하고 있다. 중앙선도교사를 지난해에는 36명, 올해는 72명 선정해 연수를 하고 각 시도에서 다른 교원들에게 전달토록 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중앙교사연구회도 조직해 확산시키려고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우간다, 콜롬비아, 몽골, 캄보디아에서도 세계시민교육을 하기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들과 협력해 커리큘럼 개발이나 교원 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오는 9월 한국교총이 비아세안 국가 최초로 한·아세안교육자대회(ACT+1대회)를 개최한다. 아세안 국가들이 아태교육원에 세계시민교육과 관련한 특별세션을 요청했다.
“그동안 아태교육원은 아세안 국가와 몽골 등에 교사교류 사업을 진행해왔다. 몽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교사들이 한국 교사와 서로 상대국 학교에서 3~4개월 정도 수업을 하는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이다. 이 사업으로 아세안 국가와 몽골에서 아태교육원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몽골에서는 한국과의 교사교류가 자국의 교육개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며 몽골교육부장관이 작년에 공로상을 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아세안 국가들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별세션에서도 이같은 아세안 국가와의 교사교류 사업에 대해 알릴 것이다. 지금은 다문화가정이 많은 국가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 중앙아시아로도 확산시킬 계획이다.”
-우리 교사와 아시아 국가 교사가 일대일 교환수업을 한다는 게 독특하다.
“선생님들에게 일회성으로 연수해봐야 그 때뿐이다. 3개월 정도 해당 국가에 가서 수업도 하고 생활해보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확실히 짧은 기간 관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설은 열악하지만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 순수한 학생들을 통해 오히려 한국 학교에서 입었던 상처를 치유받고 재충전하고 간다는 분들이 많다. 한국의 선진 교육법을 알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개도국에 가서 도움을 받고 오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 교사들도 한국의 교육 여건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재 외에 다양한 부교재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또 한국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보면서 자국 교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많이 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교육부 담당자들은 한국의 교육상황을 보고 교사 처우 개선을 시작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총도 교원 해외 파견에 관심이 높다.
“교총과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부분이다. 현재 아세안 국가뿐만 아니라 호주 등도 한국 교원과의 교류를 원하고 있다. 현재 아태교육원에서는 현직 교원들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교총에서 강조한 것처럼 퇴직교원이나 예비교사, 미발령교사로 확대하고 싶다. 실제로 3년 동안 몽골교사 교류 프로그램 협력학교 교장이셨던 분이 퇴직 후 코이카를 통해 몽골에서 봉사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교원 양성이 어려운 국가에서 우리 교원들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었으면 한다.”
-교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미래 인재는 외부지향적으로 키워야 한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선생님들께서 외국에 대한 차별, 편견을 없애고 해외로 나가 도전할 수 있는 학생들을 기르는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셔야 한다.”
▶정우탁 원장 약력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정책사업본부장 ▲서강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국제이해교육학회 이사 ▲제4·5대 아태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