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간 갈등, 기초학습 저하에 자유학기제도 겹쳐 부담 교총 “무리한 확대 보다 일반학교 지원으로 정책 전환을”
진보교육감의 대표 브랜드인 혁신학교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혁신학교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초등교가 재지정 공모에 잇따라 불참하고, 경기에서는 혁신학교 재학생들이 일반학교로 옮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56개 재지정 대상 중 4개교가 재지정 공모를 하지 않았다. 이 중 초등교는 2개, 중·고교는 각 1개였다. 이는 지난해 59개 대상 중 3개 학교가 재지정 공모를 하지 않은 것에 비해 소폭 증가한 것으로, 특히 초등교가 1개 더 늘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입을 목전에 둔 고교의 경우 혁신학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있었지만, 초등교는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초등교가 2개교나 포함된 것을 두고 혁신학교가 한계 상황에 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2년 개교하면서 혁신학교로 지정된 A초의 경우 교사들 간 갈등이 재지정 취소로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교사들이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면서 의견이 다른 교사들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대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결과, 재공모 투표에서 반대가 과반에 달했다. 서울혁신학교 공모 및 재공모에 참여하려는 학교는 교원 동의율 50%를 넘겨야 하고, 이 단계를 통과하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학교 재학생 학부모는 "기존 교사와 신규 교사들 간 어느 정도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긴 했지만 재지정 취소까지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혁신학교 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 할 일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기초학력 부진 등도 부담 요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들은 다른 혁신학교도 마찬가지여서 추후 재지정 공모 불참이 속출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B중 교장은 “인근 혁신학교의 경우 지원금이 남아돌다 보니 이를 소모하기 위해 지난 2월 악기를 단체구매 하고 1인당 4만원 가량 식사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우리 학교는 반면교사로 삼아 수업에만 집중하는 것에 뜻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고 대부분 1학년 1∼2학기에 하다 보니, 혁신초의 경우 6년 간 교과공부를 소홀이 하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또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혁신초 졸업 후 자녀가 일반중에 진학한 학부모는 “혁신초부터 지난해 2학기 자유학기제 등 거의 수년 간 공부다운 공부를 안 하다 보니 아이가 학습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걸 알게 됐다”면서 “최근 여러 컨설팅을 통해 자문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이유로 경기 C혁신초도 학생들이 이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근 D초는 C초 전학생들이 몰려 학급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
D초 교장은 “지난해 2학기에 C초 학생들 80명이 한꺼번에 전학을 왔는데, 그것도 저학년들이 몰려 한 반씩 늘릴 수밖에 없었다”며 “입학하는 학생 수가 감소해 반을 줄였다가 전학생이 많아져 반을 늘리게 된 기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학 온 학부모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 방만하게 운영하고 제대로 된 공부를 시키지 않아 기초학력 저하가 걱정됐다’는 반응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에도 진보교육감들이 이끄는 교육청은 혁신학교를 보완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주장만 되풀이 해 일선교원들의 불평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교총은 “진보교육감들이 돈으로 혁신하려는 실험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예산부족으로 학교운영비를 삭감하고, 연구시범학교를 축소하는 마당에 혁신학교를 확대하고 방만한 운영을 외면해온 것을 이제라도 되돌아봐야 한다”며 “무리한 혁신학교 확대보다 대다수 일반학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