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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짜여행 거부운동' 의견 분분

"선생님은 공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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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2.05.27 00:00:00
얼마 전 "선생님은 수학여행 공짜라면서요?"라는 학생들의 말에 충격을 받고 `공짜 수학여행'을 거부한 교사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공짜 수학여행 거부운동'은 지난달 말부터 경기 의왕·군포시 지역 중학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4월 25일 군포시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이 운동을 전국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서명운동에 나선 교사들은 "교사들이 돈을 내지 않고 수학여행에 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떳떳하지 못하고 학생 부담이 커지는 폐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생부담이 아닌 학교의 비용으로 수학여행 지도를 하고 싶다"며 "일선 교사들도 공무원의 청렴의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수학여행에 참가할 때 출장비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짜여행 거부운동'의 취지에 동의하는 교사들은 수학여행도 학교 수업의 연장인 만큼 출장비를 지불하고 학생들과 하루 종일 함께 해야 하는 점을 감안, 시간외 근무수당도 따로 지급하는 등 합당한 대우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교원이 학생들의 수학여행경비(교통비, 숙박비)와 동일한 금액을 여행경비로 납부한 경우 교통비와 숙식비는 실비로, 일비(현지교통비, 통신비 등 1일 소요 잡비)는 공무원여비규정상의 정액 1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전북 신흥고 노상근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는 이번 수학여행부터 출장비를 지급받아 교사도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고 식사도 학생들과 똑같이 했으며 학생지도를 위해 밤12시까지 근무한 것은 시간외 수당으로 여행 후 지급받았다"고 전하고 "당연히 이런 추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현호 경기 안양외고 교사도 "오랜 관행을 고치기가 어렵겠지만 학교에서 출장비를 전액 지급해 교사들이 수학여행을 동행하게 하면 떳떳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학여행 때 교사들이 따로 교통비나 숙식비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행사나 숙박업소 등 관련업계에서 교사들의 여행경비를 따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교사는 일비와 시간외 근무수당만을 지급받을 수 있다.

교사들이 이처럼 숙식비와 교통비를 내지 않을 경우, 학생들이 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공짜여행 거부운동'을 펴는 쪽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공짜여행'은 업체들이 교사의 비용을 학생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교사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생들의 안전사고 발생 등을 우려한 업체측이 학생 관리를 책임지는 교사들에게는 여비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남사대부설고 김용하 교감은 "교사의 소요경비는 당연히 학교에서 적정가를 산출해 지급하되 숙식비는 학생지도 차원에서 업체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교사들은 관광이나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학생을 인솔하는 책임자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공짜 여행'이라는 표현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종섭 경남 중리초 교사는 "학생들은 학교 수업보다 몇 배나 어려운 수학여행을 교사가 가고 싶어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면서 "공짜여행 운운하는 것부터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강수경 울산 약수초 교사는 "선생님들은 공짜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보호자로서 동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교사는 또 "출장비 요구가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겠지만 가뜩이나 정이 메말라가는 세상에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완전히 금전적으로 선을 긋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은광여중 이진선 교사도 "돈 문제로 교사가 연대서명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라면서 "상황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학교 당국과 교육청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교사로서 자괴감마저 든다"고 탄식했다.

이 교사는 "보다 큰 문제는 돈이 아니라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마음가짐"이라며 "학원 선생님보다 못한 이런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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