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 요즘 교수학습이론의 대세다. 그런데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공부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학습력의 바탕을 길러주는 것은 농부들이 곡식을 심기 전에 논밭에 퇴비를 주고, 쟁기질을 하는 등 지력(地力)을 길러주는 것과 같다. 학습력의 바탕이 약한 학생 즉, 아들러(Alder)가 말한 ‘삶의 틀’이나 원동연이 말한 ‘수용성의 틀’이 깨진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거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들러는 “행동이 바르지 않거나 정상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틀림없이 낙담한 아이”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소중하고, 의미 있고, 능력 있는 존재라고 느낄 수 있도록 삶의 틀을 먼저 복원시켜야 함을 강조한다. 아들러가 말한 삶의 틀은 자기존재에 대한 의미 부여인 ‘자기개념’, 세상에 대한 의미 부여인 ‘세계상’, 그리고 자신이 꿈꾸는 ‘자기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이 삶의 틀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교사가 할 역할은 학생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사회적 감정을 키워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택하고 있는 초등교 학급담임제는 아들러 교육학의 관점에서 봐도 바람직한 제도다. 한 선생님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학년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선생님은 삶의 틀이 취약한 학생들을 파악하기 쉽다. 그리고 1년 내내 같이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성과 의지도 커진다. 이는 1년간 한 경작지를 혼자서 사용하는 농부의 마음 자세와 비슷할 것이다.
‘5차원 전면교육학습법’의 창시자인 원동연 박사는 다섯 가지 수용성 틀을 통해 학습력의 바탕을 기르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가 밝힌 인간의 능력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수용성 요소는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능력, 인간관계 회복 능력이다.(구체적인 내용은
http://me2.do/FPJDjZTt 참고)
학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 다섯 가지의 본질적 요소들이 고루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혀의 미각 수용체가 망가지면 맛을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수용성 틀이 망가지면 학습과 성장이 어려워진다.
지성의 틀(지력)이란 전달되는 지식을 재해석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의미한다. 지성의 틀이 왜곡돼 있으면 전달되는 지식에 바르게 반응할 수 없으며 창조적 지성을 발휘할 수도 없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나 선생님의 농담은 잘 기억하면서 정작 중요한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은 지성의 틀에 이상이 생긴 탓이다.
심적 틀(심력)이란 어떤 일에 부딪쳤을 때 이에 대응하는 마음의 힘이다. 만일 마음으로 포기하고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교사가 해야 할 역할은 학생이 긍정적인 심근을 갖도록 유도하고 이를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자기관리능력이란 원하는 목표를 향해 자신을 통제하고 실행에 옮기는 능력으로 개인이 가진 시간, 물질, 적성 등의 에너지를 융합해서 바르게 분포시킬 수 있는 융합적 역량을 의미한다. 아무리 많은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해도 자기관리능력이 결여되면 교육 수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 회복 능력이란 살면서 생기는 갈등과 불신 그리고 미움을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사람은 자기가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쉽게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학생들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도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인간관계 회복 능력이 약하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기에 제대로 교육받기가 어려워진다.
가르치는 사람은 학생들이 다섯 가지 수용성의 틀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은 특히 심적 틀과 인간관계 회복 능력의 틀이 깨진 학생들이 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교수학습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