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인 경남 고제초에 최근 경사(慶事)가 났다. 전교생이 30명에 불과한 이 학교가 제29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금상, 은상, 단체상을 휩쓴 것이다.
6학년 홍윤아 양은 ‘어린이·노약자·장애인을 위한 길이 조절 소화기(이하 길이 조절 소화기)’를 출품해 금상을 받았고 백인빈 양은 ‘초등학생을 위한 무동력 새싹 재배 장치(이하 새싹 재배 장치)’를 만들어 동상을 수상했다. 단체상은 대회 참가 학교 가운데 우수한 작품을 다수 출품한 곳에 주어지는 상이다. 지도를 맡은 임현수 교사는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소식에 학교가 떠들썩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고제초가 발명교육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건 지난 3월부터다. 올해 이 학교로 전근 온 임 교사는 프로젝트 학습을 하면서 발명에 관심 있는 학생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6학년생 7명과 동아리를 꾸리고 지난 10년간 쌓은 발명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본격적으로 지도했다.
먼저 다양한 발명품을 접하게 했다. 발명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임 교사는 “불편함을 인식하고 바꾸려는 데서 발명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처음에는 어려워하던 학생도 시간이 지나자 친구와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나누면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발명 동아리 소속 학생 7명이 이번 대회에 출품한 작품은 30개 정도다. 1인당 4~5작품을 출품한 셈이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에도 빠듯한 게 사실이다. 고제초가 다작(多作)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작은 학교의 장점을 활용한 덕분이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창의적 체험활동, 방과후 활동 시간 외에도 삼삼오오 모여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고, 예술꽃씨앗학교(목공예·도예 부문)로 지정돼 학생들이 만들기에 능숙했던 점도 한 몫을 했다.
홍 양이 발명한 길이 조절 소화기는 소방 체험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서 탄생했다. 몸집이 작고 겁이 많은 초등학생이 화재가 발생한 지점에 정확히 소화기를 분사하기에는 호수가 짧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올린 게 ‘셀카봉’이었다. 자유자재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셀카봉의 기능을 소화기 호스에 접목했다.
홍 양은 “불이 난 곳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도 불을 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길이 조절 소화기를 발명했다”며 “직접 떠올린 아이디어로 선생님과 함께 발명품을 만들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명품이 진짜 제품으로 출시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백 양의 새싹 재배 장치도 일상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콩나물 키우기 프로젝트 학습을 하면서 4시간마다 물을 주는 데 번거로움을 느꼈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콩나물 재배기와 함께 등·하교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일정한 간격으로 수액이 떨어지는 링거 주사와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발명품으로 불편함을 해결했다.
백 양은 “지난해 거창교육지원청 발명 영재교육원에 다니면서 발명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며 “꿈을 인정하고 키워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하고 앞으로 더 좋은 발명품을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제초는 앞으로 교육 대상을 4·5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 교사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발명교육에 관심 갖는 학생, 교사가 늘어났다”며 “학생 누구나 동아리에 가입, 활동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