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일부학교, 방학 중 ‘학교평생교육’ ‘실버학교’ 한창
수강생들 “열정으로 가르치는 덕분에 배우는 재미 ‘흠뻑’”
서울의 일부 초·중·고교가 방학을 잊고 학부모, 지역주민, 어르신들을 위해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한창이다. ‘베버리지(음료) 아카데미’에서 ‘어르신 컴퓨터 교육’까지 내용도 다채롭다. 쾌적한 학교에서 전문성을 갖춘 우수 교원들에게 무상에 가까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들의 인기는 매우 높다. 실제 몇몇 프로그램은 수강신청 개시 반나절 만에 마감될 정도다.
◇송곡관광고 ‘베버리지 아카데미’ = 지난 26일 오후 5시, 방학이라 교내는 고요했지만 유독 한 실습실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20명의 40~50대 여성수강자들이 전문 강사로 나선 김윤 외식 컨설턴트의 지시에 따라 실습기구를 이용해 실습용 음료와 허브차를 섞고 과일로 꾸며 자신만의 특색 있는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이 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학교평생교육 베버리지 아카데미의 모습이다. 가족들에게 시원하고 맛있는 음료를 만들어주고자 하는 주부의 마음이 엿보이는가 하면, 제대로 배워 취업이나 창업을 해보고자 하는 모습에선 진지함마저 묻어났다.
매년 5주 동안 진행되는 이 수업은 결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수강자들의 열의가 대단하다. 이 학교는 베버리지 외에도 바리스타, 베이커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수강신청 당일 마감이 끝날 정도로 인기다.
수강자 홍명화 씨는 “지난해 아이가 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카데미 수강을 시작해 꾸준히 참여해오고 있다”며 “올해 2월에 아이와 함께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한수아 실무담당 교사는 “학부모가 참여하는 경우 자녀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배우는지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돼 서로 소통이 원활해져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며 “일반 주민들에게는 취업 및 창업 기회를 가져다주고 학교 인식 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 학생 교육 못지않게 열정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화, 목 오후 5~8시 진행되는 이 수업을 위해 교사들은 수강자들과 자주 소통하고 학습 이행 여부를 점검하며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박정애 교감은 “담당 선생님과 외부강사진의 열정에 수강생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며 “수강생들이 학교행사 때 학생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준비할 정도로 소속감을 갖는 것은 그에 대한 방증”이라고 전했다.
◇명신초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 ‘리더십·코칭 전문가’로 통하는 이유남 교장은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리더십, 코칭 등을 몸소 전하고 있다. 10년 전 노량진초 재직 시절부터 교감을 지냈던 교동초, 용산초에서 1000시간 가까이 학교평생교육을 운영하다 현재 학교에 부임한 뒤 벌써 300시간을 강의하는 등 이전보다 더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저녁반과 토요반으로 꾸려가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지난 25~29일 주간강의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개설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6시간씩 30시간짜리 자격과정이다.
방학이 되자마자 전국에서 강의 요청이 몰려 이 교장은 명신초에서 26일 하루밖에 강의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교장이 직접 강단에 선 그 ‘한 번’을 수강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지방에서까지 올라올 정도로 두터운 ‘팬 층’이 형성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교장은 ‘주도성’을 주제로 자신이 겪은 삶을 직접 전했다. 학부모를 포함한 중년 남녀 등 다양한 계층이 자리했다. 특히 교사, 교수 등 교원들도 ‘코칭’을 배우고자 열의를 불태웠다.
이 교장은 주도성 없이 살아왔던 탓에 두 자녀가 자퇴하고, 막내 딸은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했다는 자신의 아픈 기억을 전달하며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이날 수강한 송은경 서울송덕초 교감은 “6년 전 이 선생님에게 처음 인성교육 강의를 듣고 빠져들어 다른 강의가 있을 때마다 찾아들으러 다닌다”며 "최근에도 코칭 자격증 이수를 위해 매주 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곡·면목초 ‘실버 정보교육’ = 두 학교는 교내 컴퓨터실에서 지난 25일부터 5일간 성인 문해학습자 50명을 대상으로 실버 정보화교육을 운영했다. 한글을 깨우친 뒤 이를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교육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3년 시작해 4년째 이어오고 있다.
담당 교사들은 외부강사와 함께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컴퓨터를 활용한 한글 익히기, 메일 작성, 인터넷 검색 등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내용을 전했다. 특히 올해는 학생 자원봉사자 5명도 참여해 교육을 도왔다.
김정석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문해교육 학습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화 교육이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쁨과 생활의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누구나 정보격차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정보화 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