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진학 목표인 제자 대상으로
과학 동아리 지도, 진로 방향 제시
학생들과 탐구하며 아이디어 떠올려
고비용·활용 한계…현장의 고민 해결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했다. ‘2016 제62회 전국과학전람회(이하 과학전람회)’에서 교원·일반부 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이승택 충남 천안동성중 교사 이야기다.
그는 과학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총 8번 과학전람회의 문을 두드렸고 드디어 올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1949년 처음 열린 과학전람회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전국 규모의 과학경진대회다. 학생과 교사, 일반인들이 1~2년간 꾸준히 연구한 결과물을 출품, 선보이는 무대다.
이 교사는 ‘메이커 활동 및 창의적 실험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MBL 실험 장치’를 출품했다. 기존 학교 현장에 보급된 MBL(Microcomputer Based Labotatory) 장치를 개선한 작품이다. MBL은 마이크로컴퓨터와 마이크로 센서를 활용한 과학실험 기구로, 실시간으로 실험 데이터를 수집해 그래프로 나타내고 결과를 바로 분석할 수 있다.
2년에 걸쳐 완성된 이 교사의 작품은 △오픈소스(open source·무상으로 공개된 소스코드 또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는 점 △국내에서 개발한 장치라는 점 △예산이 부족한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그는 “기존 장치의 구입비용이 고가인데다 보수비도 만만찮고, 개발업체에서 제공한 센서 외에는 활용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작품을 설계했다”며 “과학 실험뿐 아니라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메이커 교육과 소프트웨어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가 과학전람회에 여러 번 도전장을 내민 건 도전과 성취, 실패, 경험에 가치를 두는 자신의 교육철학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은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고, 이것을 기초로 성장한다고 믿는다. 신소재공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과학교육과 박사 과정에 들어간 것도, 방학마다 한두 가지 주제를 정해 연구 활동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늘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도전하는 선생님을 따라 물드는 아이들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멘토’도 돼주고 있다. 과학 수업을 하면서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을 발굴, 과학 동아리에 가입시키고 방과 후나 주말, 방학 등을 이용해 지도한다. 생물 탐사, 발명, 물리·화학·공학 탐구, 피지컬 컴퓨팅 등 학생들의 관심사와 사회 이슈를 반영한 주제를 정하고 탐구한다. 지난 10여 년간 200명이 넘는 제자가 그의 지도를 받고 이공계 분야로 진출했다.
최근에는 이공계 진로 지도 노하우를 담은 책 ‘이공계 진로 콘서트’를 펴내기도 했다. 이 교사는 “재능 있는 학생을 찾아 지도하는 일은 큰 보람”이라며 “동아리 활동은 참여부터 주제 선정, 탐구 계획 세우기까지 모든 과정을 자기주도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이공계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귀띔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한 제자 이야기도 들려줬다. 2010년 해안사구 생물 탐사를 함께 했던 학생이었다. 오랜만에 스승의 안부를 묻던 제자는 자신의 꿈에 대해 털어놨다. 당시의 경험 덕분에 생물자원은행을 설립하고 경영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고.
이 교사는 “청소년 시기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며 “몰입 했던 경험은 훗날 돌이켜봤을 때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적인 인재, 특히 기초 실력을 탄탄하게 갖춘 이공계 기업가를 길러내는 게 꿈이다. 이를 위해 발명 분야의 전문성을 키울 생각이다.
이 교사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이 유망 분야로 떠오르면서 이공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고 누구나 쉽게 여길 수 있는 교양으로 여기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먼 이야기지만, 퇴직 후에는 과학관을 만들어 이공계 인재를 키우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