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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편지> "새내기 교사가 된 딸에게"

원싱아! 내 사랑하는 딸 원싱이!

아! 내 너 태어나던 날 그 기쁨 하늘에 닿았더니 네 오빠들 다 제치고 네가 유일하게 내 뒤를 이으니 내 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쁜 마음 한량 없구나. 원싱아! 예쁜 원싱이.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방문을 열고 나오면 헝클어진 머릿결도 예쁘고, 밥상에 앉아 밥을 먹을 때면 한 수저 두 수저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입 모양도 예쁘고, 외출하기 위해서 화장을 옅게 하고 방문을 나오면 발그레한 입술이 너무 예뻐 손가락 끝으로 콕 찔러주고 싶은 내 예쁜 원싱아. 나의 예쁜 원싱이가 이제 이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밀게 됐구나.

난 참 좋다. 행복하다. 그리고 너무너무 네가 자랑스럽다. 내 이렇게 예뻐하는 마음이 하늘에 닿아 그 누구도 널 나처럼 예뻐 해주었으면 좋겠구나. 너의 상사도 널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너의 동료 선생님들도 네가 눈에 띄지 않으면 보고 싶어 두리번거리고 특히 너의 제자들이 모두 널 향해 환호를 질러 환영해 주었면 이 아빠는 더할 나위 없이 살 맛이 나겠구나. 그러나 네 주위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널 나처럼 예뻐하게 하기 위해서는 너 할 나름이란 걸 잊지 말아라.

“뿌린대로 거두고, 대접받기 위해서는 먼저 대접하라”는 말이 있지 않더냐? 하여 긴히 할말이 있는데, 이 말은 아빠가 하는 말이 아니라 교육계 대 선배가 40여년간 보고 듣고 생각한 체험담이라 생각하고 귀담아 주었으면 한다.

너, 처음 부임 하는 날 학교에 갈 때는 네가 가지고 있는 옷중에서 제일 폼나는 옷을 준비하여라. 엊그제 우리가족들이 골라준 까만 치마에 분홍 진달래색 자켓에 새하얀 블라우스를 받쳐입고, 가볍게 화장을 하면 아마 그 누구도 널 밉게 보지는 않을 게다. 그리고 보라색 작은 가방에 그 날 만큼은 아무리 불편 하더라도 하이힐을 신고 가면 예뻐 보일 것 같다.

학교에 들어서면 운동장을 가로 질러서 가지말고,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도 블럭이 깔린 갓 길을 택해서 다소곳이 걷고 가도록 하며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지 말고 앞을 똑바로 보고 바르게 걷거라. 현관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어 내빈 칸에 넣고, 교무실을 먼저 들어가 교감 선생님을 찾아 뵙거라. 물론 노크는 기본이고 문 여닫이에 조심하여 소리나지 않게 두손으로 열고, 두손으로 닫아야 하며 가능한 한 소리는 줄이도록 하여라.

교감선생님 바로 앞에 서서 공수로 인사 드리고 발령장을 드려야하며 반드시 교감선생님 얼굴을 보고 밝은 표정을 지어야한다. 묻는 말에는 또박또박 대답 했으면 좋겠고, 밝고 상냥한 표정을 지었으면 좋겠구나. 그러면 교감 선생님께서 교장선생님에게로 안내해 드릴게다. 역시 잊지 말고 교감선생님 대할 때처럼 공손하게 하여라.

바르게 앉고 두 손은 모아 무릎과 무릎사이 위에 가벼히 놓아야 하며, 교장 선생님 얼굴을 보면서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며 들어야 한다. 묻는 말에는 숨김없이 말씀드리고 때로는 아는 것도 물어주며 겸손하게 그리고 상냥하게, 마치 이 아빠를 대하듯이 진지한 대화를 하면 좋겠구나.

교장실을 나올 때 역시 고개를 깊게 숙인다 할 정도로 깊이 숙여 공수로 인사해라. 그리고 뒷걸음질쳐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고 교감 선생님을 뒤에서 따르거라. 그러면 학년 교무실로 안내되겠지.

이번에는 제일 나이 들어 보이는 선생님을 얼른 찾아 인사드리거라. “선생님 전 원싱이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선생님 하시는 거 보고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세요”하고 살짝 웃어보이거라. 그리고 다음다음 하나 하나 인사드리고 부장선생님이 권하는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거라. 역시 이것저것 만지거나 두리번거리면 안 된다. 또한 선생님들 움직임에 시선을 떼지 말고 묻고 대화하는 모습에 따라 가볍고 밝게 응대하면 좋겠구나.

원싱아! 세상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단다. 하지만 그게 곧 사람과 동물의 다른점이 아니겠니? 내 말을 명심하거라. 난 내 예쁘고 사랑스런 딸이 밉상 받는 다는 건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 하여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귀염받고 인정을 받아야 내 널 사랑한 보람이 있다.

그리고 아침 조회때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할 인사말은 짧고 명료하게 그리고 큰 소리로 또박또박 하거라. 이렇게 말이다.

“여러 선배님들 전 원싱이라고 합니다. 훌륭하신 선배 선생선생님들과 함께 근무하게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새내기 쫄병이라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정성껏 모실것이니 잘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애교 섞어 인사를 해라.

학생들에게는 “여러분 만나게 되어반갑습니다. 원싱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공부하게돼서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여러 선배님들을 모시고 명문ㅇㅇ학교를 위해서 현명하고 잘생긴 여러분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열심히 합시다”라고 하면 좋겠구나.

그리고 혹시 환영회를 할지 모르겠구나. 그럴 때는 분위기 있는 노래한다고 기분 죽이지 말고 누구나 알고 쉽고 신나는 노래를 선택하여 멋지게 해 내거라. 그렇다고 너무 나서지 말고 너무 빼지도 말아야 한단다. 그러면 아마 무난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귀여운 새내기 교사로 잘 뵈어 사랑을 받을게다.

원싱이, 내 궁금한 게 있다. 너 처음 월급 받으면 무엇을 할 생각하니? 어디에 쓸거냐고? 난 우리가족 엄마, 오빠, 아빠들을 생각할 줄 안다. 그것도 좋지만 이것만은 잊어선 안된다. 가까운 동료 교사들에게는 반드시 초콜릿 한 개라도 준비해라. 나이가 많은 선생님에게는 밝고, 예쁜 포장을 하고 어린 선생님에게는 큰 초콜릿을 특이하게 포장해서 받는 사람이 궁금하게 하여라.

교감선생님에게는 양말 셋트를 준비하고, 교장 선생님께는 넥타이를 준비하여 아침 일찍 교장실을 찾아가서 아빠에게 매주듯이 직접 매드리도록 해라. 색깔은 곱고, 단순한게 좋겠고 물론 넥타이를 매 놓고 칭찬도 빼놓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넌 쑥스러워 그런 말을 잘 못하지! 하지만 이제 그런말도 할줄 알아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말고 “교장 선생님, 작지만 제 성의입니다. 우리 아빠에게도 똑같은 넥타이를 선물했습니다. 너무 좋아보이네요. 교장선생님!”하고 평범한 인사지만 아빠와 같다는 느낌을 받도록 말씀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구나.

원싱아! 내 좋아하는 원싱아! 사람들은 흔히 얘기하기를 윗사람을 챙기면 아부한다거나 아첨한다하여 싫어하곤 한다. 하지만 아부와 예절은 구분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군사부일체가 뭐겠느냐? 임금과 아비와 스승을 동일시, 평등하게 본다는 사실이 아니겠니? 하여, 시대 변천에 따라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아빠와 상사 역시 동일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빠와 같은 교장선생님이나 교감, 선배 선생님께 작은 정성, 인정을 보이는 것이 아부 또는 아첨이라면 이 어찌 인간의 세계라 할 수 있겠느냐?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정이 있어야 하고 인정을 알고 베푸는 것이 예의 범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원싱아! 다시 말하지만 인생은 돈도 명예도 아니란다. 특히 교직에 들어온 이상 첫째도 둘째도 학생들한테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거라.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첫째도 둘째도 부단한 연수로 전문성을 기르고 담당교과 실력을 넓고 깊게 쌓는 것 뿐이리라. 교사의 권위는 실력이란다. 그게 곧 존경으로 이어지고 학부모들한테도 떴떴하고, 스승답게 보이는 길이며, 신뢰를 받는 길이란다.

그래, 우리 원싱이! 교사는 전문직이 아니겠니? 따라서 전문직이라면 남과 차별화 된 전문 기술이 있어야하는데 그것이 곧 수업이란다. 하여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업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하며, 수업 시작부터 끝까지 목표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리고 동기유발서부터 정리 평가까지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 참여하게 하기위해서는 학년초 수업 훈련이 필요하고, 특히 수업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해야 꼴똘히 생각하며 수업에 임하게 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낀 영화이야기도 좋고 또 사회 이슈화 된 문제, 연예가 얘기도 좋단다. 네가 생각하기엔 하찮게 생각되는 문제도 학생들 수준에 맞줘 얘기하면 의외로 좋아하니 늘 그런 얘깃거리를 준비하도록 해야된다.

공부는 오래한다고 잘되는건 아니다. 하여 때로는 확 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철저히 잡아서 학생들로 하여금 매료되게 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교사의 생명은 수업이다. 교사가 수업을 빼고는 교직을 논할수 없고 좋은 수업을 위해서는 평소 발문계획, 발문연수, 전문서적 등을 자주 접해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기는 늘 변화무쌍한 시기가 아니더냐? 그래서 모든 일에 현명하게 대처할수 있도록 늘 촉각을 세워 사고에 대비하고 교사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특히 염두에 둘 것은 너는 학부모 여럿을 상대지만, 학부모는 상대가 나 한사람 뿐이란 사실을 명심하여 언제나 학부모의 얘기를 충분히 그리고 진지하게 들어줘야한다. 또한 원칙과 순리에 따라서 대응하되 공사를 잘 구분 해야한다. 아는 것을 아는 대로 얘기해서 이해시키고, 모르는 것은 솔직히 얘기하여 양해를 구하며, 선배나 상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사실을 알려 도움을 구해야 한다.

나는 그 옛날 하찮은 인정에 끌려, 또는 욕심 때문에 정직하지 못하게 살았던게 지금까지 후회가 된다. 넌 나중에 늙어서도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위하여 정직하고 이해타산에 현혹되지 말며 바른길을 걷도록 하여라. 돈은 약간 생활을 편리하게 할 뿐, 명예와 바꿀 만큼 꼭 필요한 게 아니란다. 그런 말 있지 않니?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다고 말이다. 그래 명예다. 그리고 명예를 높이 사면 건강은 저절로 따르게 되는것이다.

또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게 있다. 주장 할 권리도 있지만, 그에 따른 의무 또한 그에 못지않다. 특히 교사, 여교사에게 주어진 권리로는 휴가, 연가를 비롯해서 각종 외출이 있단다. 그런데 이 권리를 주장하듯, 내세우듯,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해서는 안된다. 물론 권리이니까 주장 할 수는 있으나 법 이전에 상위 개념이 도덕이 아니겠니?

하여 휴가, 외출 할때는 꼭 주위 여건을 살펴서 얻도록 하고 가능하면 학교 형편에 잘 따르도록 하여야 한다. 과유불급, 소탐대실이란 말을 잊지 말아라. 늘 명심하면 역시 귀여움을 받을게다.

그리고 동료 교사들을 사랑하도록 해라. 물론 사람이기에 때로는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네 생각할 수 없는, 상상하기 어려운 생각을 할수도 있다. 그럴때는 한발 물러서서 시간을 두고 기다려라. 그러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고 승리하는 길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헤어진 단다. 순간을 중요히 여겨 후회없도록 행동해라. 그러므로서 다시 만나고 싶은 선생님으로 기억 될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반드시 주위를 살펴서 혼자 마시지 말고 꼭 모두 챙겨야 하고, 어려운 일에 힘들어 하는 선생님을 보면 반드시 함께 거들도록 하여라. 특히 명절 때가 되면 반드시 교장, 교감, 선생님께 손수건 하나라도 선물하고 동료들의 애경사 역시 빠져서는 안된다. 또 윗분들이 하루, 이틀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면 각별하게 찾아가 인사드리고 동료들한테도 그 연유를 물어가며 최소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삶에 있어 가장 잘사는 삶은 남한테 사랑 받으며 사는 것이다. 그것이 곧 돈이고, 명예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인생사는 보람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 못난이 원싱아! 난 네가 선생님이 돼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고 심난한 마음도 있단다. 거기에는 내 40여년 교직 생활때문이겠지! 교육은 해도해도 표시 않나고, 채워도 채워도 늘 배고픈게 교직생활이란다. 그리고 특히 상대가 사람이지 않니? 사람처럼 간사한 동물이 없고 또 무서운 동물이 어디있겠니?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사납고, 말 많은 세상, 너만큼은 좀 손해본다 싶게 살고 또 밑진다 하게 처신하도록 해라. 그렇게 처신하면 그래도 좀 나을게다.

내 사랑하는 딸, 웬수같은 원싱이! 이 아빠는 이제 지켜볼 뿐이고 대신해 줄 수 없는 처지다. 네 이 세상에 널리, 크게 몸짓하며 훨훨 날아 보거라. 아빠 엄마 보지 말고 혼자서 말이다.

그래도 걱정이구나. 힘껏 날다 보면 때로는 먹구름도 있을 테고 또는 소나기, 비바람이 몰아칠테니 뭐 하나 마음이 놓이지 않는구나. 분명한 게 있다. 그럴때면 먹구름을 하얀 뭉게 구름으로 아름답게 보거라. 그리고 비바람, 소나기가 몰아치면 몰아침에 대응하여 역비행 하려 들지 말고 폭풍우에 순응하며 함께 동행하거라. 그러면 큰 걱정은 덜 수 있을 게다.

너의 손짓에 울고 웃고, 너의 표정에 웃고 울었던 이 아빠였다. 그저 퇴근해서 돌아와 네 얼굴이 눈에 띄지 않으면 이방저방 헐레벌떡거리며 찾아 헤맸던 우리 가족이었다. 우리 가족의 명예를 걸고 어딜 가나 칭찬 받고 귀염 받으며 꼭 있어야 할, 필요한 사람이 되거라. 처음 이 세상에 내보내는 연약하디 연약한 딸을 보며 아빠는 한시도 마음이 안 놓이는 구나.

하지만 네 뒤에는 우리가족, 엄마 아빠, 두 오빠, 모두가 널 지켜 보고 있고 특히 널 끔찍이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어디 가족뿐이겠니? 이제는 제일 네 몸에서 가까운 동료가 생겼구나. 네 아파 쓰러지기라도 하면 널 메고 뛸 사람은 너와 제일 가까이 있는 동료란다. 동료들의 사랑에 배신 하지 말고 인과응보의 깊은 뜻을 항상 염두에 두거라. 사랑하는 내 딸 원싱이 잘할 수 있겠지?! 그래 넌 잘 해 낼꺼야! 원싱이 파이팅!

교사란 직업은 한마디로 히말라야 높디높은 산봉우리 같단다. 멀쩡하게 맑고, 아름답고, 신비롭기만 하다가도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폭풍우 몰아치며 흰눈이 쏟아지니 말이다. 또한 교육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에서 이루어지는 성장이 아니겠니? 그래서 사람 대하기가 너무너무 어렵단다. 의사 앞에서도 환자가 처방을 내리는 세상이 아니잖니?

하지만 꼭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은 아니란다. 때로는 꿈과 보람이 있고 성취감도 있으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젊은이들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면 좋은 직업이니 말이다. 하여, 이 아빠가 널 사랑하는 만큼 네가 하는 일에 기대가 되고 또 한편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 도 한단다. 교육에 첫발을 내딛는 내 사랑하는 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이 글을 건네니, 읽고 또 읽어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 ※원싱이는 딸의 애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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