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 방학을 못내 아쉬워하며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에게 반갑다는 말 한마디를 건네지 못한 오늘 하루, 새 학기 바삐 돌아가는 일정에 나 자신을 맡겼다.
출근을 하자마자 낯모르는 아이들 세 명(여학생 1명, 남학생 2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급히 나를 찾는 교감선생님으로부터 전입생 3명에 대한 인적사항이 담긴 서류를 받아들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아이들 개개인에게 기본적인 인적사항 몇 가지를 더 물어보고 난 후,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로 갔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방학 동안 있었던 일들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방학 내내 방치해 둔 책걸상 사이로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개학 첫날부터 이런 일로 아이들에게 잔소리하기 싫었다. 아무렇게나 무질서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후 전입생 3명을 소개하였다. 각자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아이들 모두는 새로운 친구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임시실장, 부실장에게 전입생들을 잘 봐주라고 당부를 하고 난 뒤 교무실로 내려왔다.
교무실에는 새 학기 준비로 선생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담임을 하지 않은 일 년 동안의 공백 탓인지 처음에는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지 몰랐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마음을 정리하고 난 뒤 우선 아이들의 자리 배치와 담당구역청소를 정하기로 하였다.
직원 조회를 간단히 하고 난 뒤 10시부터 신입생 입학식이 거행되었다. 3월이라고는 하지만 꽃샘 추위가 겨울을 아쉬워하듯 새내기들의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하였다. 새 교복을 입고 서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올 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딸의 모습이 떠올려졌다.
아침에 아내는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서 있는 딸을 보면서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생일이 빨라 학교에 일년 먼저 들어간 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중학생이 되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져 혼이 났다. 그리고 눈물을 감추려고 교복을 입고 멋쩍은 표정을 하고 있는 딸을 꼭 껴안아 주었다.
신입생 대표의 선서가 끝나고 교장선생님, 이사장님의 축사가 이어진 뒤 아이들은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따라 각 자의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가는 새내기 뒤로 그 어떤 풋풋함이 묻어 나왔다.
'내일부터 정상적인 수업 및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한다'라는 컴퓨터 스크린 위 학년 부장이 보낸 메모를 보고 내심 '이제, 전쟁이 시작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이라는 세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 동안 내 앞에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 반 아이들 37명 모두가 건강하게 학교 생활을 잘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