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변인 한재갑 이름으로 보도된 '촌지 관련 한국교총 입장'을 읽으면서 교총이 원망스럽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연합뉴스와 몇몇 언론이 보도한 촌지 또는 대가성 청탁에 대한 뉴스에 대해, 언론보도 내용이 사실과 달라 전체 교원의 명예가 실추될 우려가 있어 해명한다"라고 되어 있다.
교총은 '대가성 부탁(청탁)을 받은 적이 있는 것'과 '촌지를 받은 적이 있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교원의 입장에서 보아도 그게 그것이라는 판단이 드는데 왜 긴 설명이 필요한지 안타깝다.
교원 10명 중 3명이 '대가성 청탁을 받았다'와 '촌지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을 일반 국민이 구별하여 생각할 토대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학교현장에서는 교원이 학부모 등으로부터 촌지를 받고 그 자리에서 거절하거나 돌려주는 경우 자연스럽게 '대가성 부탁(청탁)'을 받은 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음식 대접을 염두에 둔 어떤 개인적 부탁이라도 받았다면 이런 경우 들어 주었든지 아니었든지 간에 대개 청탁을 받았다고 응답했을 것이다.
교총이 아무리 "흔들리는 교직윤리 다시 생각합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교육계 자정운동을 벌인다 해도 이런 애매모호한 설문조사와 보도자료 제시로 제3자가 오해할 소지를 충분히 제공하면서 무슨 자정운동이냐라고 반문하고 싶다.
교총이 제대로 위상을 높이려면 현장의 분위기나 교사들의 깊은 뜻을 헤아려 살펴야 한다. 지금 수도권의 특별한 학교나 학년의 촌지 수수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현장 교사들이 "뭘 줄 사람이 있어 줘야 먹지"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촌지에 대한 설문 조사와 결과 보도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 시대는 변했다. 70년대 80년대와 사정이 다르다. 언론기관의 잘못된 보도로 넘기기에는 교총이 큰 실수를 했다고 밖에 판단되지 않는다.
연례적으로 언론기관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촌지 얘기를 18번인양 우려먹는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도 교총은 앞으로 촌지에 대한 설문이 없는 세상 만들기에 앞장설 것을 당부한다. 설문을 한다면 임의로 해석할 수 있는 애매모호한 설문이 아닌, 합리적이고 적절한 대상과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된 현장 조사를 하기 바란다.